우선, 백두대간과 씨네큐브의 결별. 그것은 곧 우리가 알고 있는 씨네큐브가 작별을 고한다는 말이었어.
거기에 덧붙여진 또 하나의 크로스 카운터. 뭬야, 이래도 돼?란 말이 절로 나왔던 압폰지(스폰지하우스 압구정)의 작별인사.
여느 만남이 그러하듯, 이별도 대개 느닷 없이 훅~ 다가오더라. 사람의 힘이나 의지로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이지. 작고 사소할 지 모르지만, 그것은 생의 어떤 균열이야.
어떡해, 어떡해. 알면서도 떠나보내야 하는,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이런 작별의 순간들. 흑, 저들과의 헤어짐. 이유나 명분이야 각자 있지만, 크게 보면, 자본과의 싸움에서 밀려난 억울하고 아쉬운 작별.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를 내뱉으며 자조할 수밖에 없는.
더보기
To. 씨네큐브 광화문(2000년 12월2일 ~ 2009년 8월31일)
예정된 너와의 작별, 그냥 우두커니 떠나보낼 순 없어서, 지난달 27일, 너를 찾았지. 기억하지?
그동안 너를 품고 있던 흥국생명이 계속 널 지킬 거라고 우긴다지?
흥!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백두대간이 떠난 씨네큐브는 우리가 알고 있는 네가 아니잖아. 씨네큐브가 지닌 영혼과 아우라는 백두대간의 공이 절대적이라규. 다른 영혼이 쑤욱 들어와 '빙의'하는데, 그것이 진짜 너일 순 없잖니.
그래서 널 더듬어 보는 의식도 나름 가져봤어.
흔들린 촛점만큼, 널 떠나는 것이 그렇게 아쉬웠다!ㅠ.ㅠ
꼬물꼬물 널 향한 이 길, 나는 참 좋아했었다.
너에게로 가는 길, 대나무 숲의 서걱거리는 소리에 나는 종종 귀를 기울였다.
너의 표식 앞에선 늘 푸근했고, 이 앞에서 담배연기를 날리곤 했었지. 후우... 그땐 몰랐다. 내뿜은 담배연기가 세월의 흐름을 알려준다는 것을...
너의 스케줄을 확인하곤, 나는 다시 널 향한 계단을 밟곤 했지.
니 속으로 온전히 들어가기 위한 티켓을 끊었던 이 자리. 이곳엔 나의 오랜 흔적들도 켜켜이 쌓여 있겠지...
하지만, 이젠 넌 작별을 고하는구나. "굿바이 큐브", 저 말이 왜 그리 서글프던지...
저 곳에도 내 손이 들락거리며 묻혔던 손때가 묻어있을텐데...
니 안으로 들어가기 전 시간이 남을 땐, 나도 저렇게 앉아 책을 꺼내들기도 했었는데...
넌, 늘 저 공간에 너의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었지. 난, 그 앞에서 니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었고...
저 의자도 과거의 내 무게(들)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을 게다. 연애, 사랑, 우정의 기억까지도...
작지만, 알찬 2관에서의 기억도...
너에게 가기 위해 꼭 거치고 확인해야 했던...
그래, 이제는 잘 가, 내 옛사랑이 된 씨네큐브...
마지막 너의 영화, 탁월했다. <디스 이즈 잉글랜드>. 카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똑바로 봐! 우리가 진짜야!
다른 영혼이 빙의돼 씨네큐브를 지킨다지만, 이미 본 영혼이 쑤욱 빠져나간 자리에서 어딜 감히! 씨네큐브의 본체는 백두대간이 주축이 돼 우리가 함께 했었다규!
그래도, 의연한 니 모습에 그냥 안구가 시큼했다. 너는 그렇게 내 사랑이었다...
To. 압구정 스폰지하우스(2006년 4월27일 ~ 2009년 8월31일)
마지막 날, 널 보고 내 가슴에 담고 싶었지만, 예기치 않던 일을 하느라, 결국 널 찾지 못해서 너무 아쉬워...
강남에 살 땐, 그래도 우린 종종 만났었잖아. 집에서 걸어서 25~30분을 걸으면 닿을 수 있는 너였기에. 너로 바뀌기 전, 씨어터2.0일 때도 좋았는데, 스폰지가 널 품는다고 해서 무척 좋아했던 기억도 나네...
작지만, 너의 그 아담함을 사랑했었지. 그리하여 넌 연애의 공간이기보다 내 외로움과 사색의 공간이었지...
넌 그렇게 온전하게 나만의 공간이었는데, 이젠 안녕을 고한다. 내 사랑아... 굿바이 압폰지!
흑, 이 사람, 장진영.
참, 좋아했다.
여신대열이 아닌, 배우적 면모로서, 그 아름다움 때문에.
처음 본 것이 아마 <반칙왕>이었지.
풋풋했고, 무엇보다 예뻤다.
그리고 <오버 더 레인보우>.
아~ 내 무지개 너머에도 저런 연인이 있었으면 했다.
<싱글즈>도 무척 좋았지만,
내가 품은 장진영의 정점은 <청연>이었다.
엉뚱하고 생뚱 맞은 구설수(영화도 보지 않은 채 작성된 한 나쁜 기사로 인해)에 올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비운의 작품이지만,
나는 이 영화가 정말 좋았고,
조선 최초의 여성비행사 박경원을 연기한 장진영은 최고였다.
"세상 끝까지 한 번 가보는 게 내 꿈이야!"라던 박경원을 연기한 장진영.
이 대사 역시, 자꾸 눈에 밟힌다. "결국 이렇게 혼자 떠나야 하나보다...
11살 내가 처음 봤던 그 세상으로..."
많은 이들은 <국화꽃 향기>를 떠올리지만,
나는 그의 요절 앞에 <청연>이 자꾸만 자꾸만 밟힌다.
무엇보다 그의 죽음으로 생의 균열에 맞닥뜨린 장진영의 연인도.
살아서는 천국이었지만, 죽어서 지옥이 된 어떤 연인의 마음.
나는 그 마음의 지옥도를 안다.
<청연>에서 연인이었던 한지혁(김주혁)은 그러지.
"난 니가 있는 땅이 더 좋아."
아무렴, 그 어떤 천국도 함께 밟고 서 있던 땅을 대신할 수 없는 법이다.
손 들어 저 구름의 저편으로 보내야 할 시간.
아마, 어쩌면 그는 그의 비행기였던 '청연'에 올라 또 다른 날개 짓을 할 테지.
한지혁의 대사로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일분일초도 헛되이 살지 않았을 널 그래서 더 좋아했었나봐...
내겐 없는 걸 넌 가지고 있었으니까... 마지막까지 널 위해 기도할게..." 그 역시, 내 사랑이었으니까...
그렇게, 내 마음에 아로 새긴 이 생채기. 8월31일 그리고 9월1일의 가슴아림.
어떡해야 할까요.
하고픈 말은 많지만, 건네줄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입니다.
잘 가요, 내 사랑들... 선종이니 서거니 하면서 겨울, 봄, 여름이 흘러갔나 싶었더니,
내 사랑들은 이렇게 가을을 알리고 떠나갔네요.
이 가을, 또 얼마나 그리워 할 지 모르겠습니다. 쉬이 잊지 못할 옛사랑에 가을이 더욱 아리면 어떡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