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초 마초, 커피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 이 글은 『오늘의 커피』 출간 기념 커피강좌 참여를 토대로 허구를 섞어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입니다. 앞선 <골초 마초, 커피를 만나다>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제공 : 출판사 애니북스)

헥헥. 지난주 찾아온 길인데도, 어찌하다보니 좀 헤맸다. 그래도 한번 와봤더니, 어느덧 익숙한 공간이 됐군. 브라운하우스(www.brownhaus.co.kr). 함께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눈에 익고. 엇, 그런데 저기 아름다운 자태로 앉아있는, 처음 보는 절세미녀는 누규? 나, (마)초성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다니. 여자친구 (여)인향이 몰래 눈길 흘깃흘깃. 큼큼. 원래 남자들은 미인에게 자연 눈이 가게 돼 있는 거야. 흠흠.

옆자리 인향이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흠, 눈치 챈 건가.^^;; 귓속말로 살짝 속삭인다. 작가란다, 작가. 『오늘의 커피』작가, 기선. 한번 참여한다더니, 이렇게 행차하신 게다. 오우 완전 예쁘시다. 하하. 근데, 다행이다. 흘깃댄 거, 눈치는 못 챘나보다. 오늘 커피수업은 더 즐거워지겠군. 

과테말라산 커피로 살짝 입을 적신 뒤, 수업 시작이다. 오늘은 드립의 심화과정이란다. 지난주 생애 처음 배운 커피드립. 그러니까, 내 생애 첫 드립커피(내생드). 저렇게도 커피를 마시는구나 싶었지. 인스턴트커피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그 맛이 신기했어. 쩝.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기일도 대표께서 로스팅(볶음도, 배전도)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해주신다. “보통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이라고 표현을 해요. 보통 약배전은 라이트에서 미디움까지, 중배전은 하이에서 시티까지, 강배전은 풀시티부터 이탈리안 로스팅를 말하고요. 그런데 만약 ‘시티’ 로스팅이라고 딱 정확하게 정해진 게 아니에요. 강한 시티나 약한 시티가 있을 수 있죠. 컬러(색깔)에서도 다크 브라운, 초코 브라운 등이 있잖아요. 시티 같은 것도 편리상 그렇게 분류를 한 거죠. 어쨌든 일반적으로 강배전이 될수록 쓴 맛이 강해지고, 약할수록 신맛이 납니다.”

드립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드립과 에스프레소. 커피를 뽑아내는 추출방법이 다른 두 개의 방식에서 원두는 똑같이 사용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 서로 다른 맛을 품은 방식인데, 그냥 추출만 다른 거야? 역시나 이런 설명이 뒤따라. “드립용 원두와 에스프레소용 원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도 두 추출방식에서 원두는 차이가 있어요. 지난 시간에 설명했듯이, 추출시간이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로스팅에 따라 물에 녹는 정도도 달라지는데, 로스팅이 강할수록 물에 잘 녹아요. 에스프레소는 짧은 시간에 (커피를) 뽑아야 하니까 배전이 강하고 분쇄도 (드립보다) 더 가늘게 하는 거죠.”

아하,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 커피를 마실 것이냐에 따라 원두 선택과 로스팅이나 분쇄 정도가 달라진다는 말이렷다. 커피를 좀더 맛있게 마시기 위한 팁 되시겠다. 그리고 드립할 때 천천히 물 붓기를 하는 것이 좋단다. 커피의 엑기스인 아로마 성분을 제대로 뽑아내기 위한 거라네. “물은 커피를 만나자마자 커피를 바로 녹이진 않아요. 물이 커피를 감싸고 사이사이로 물이 침투하게 돼요. 물이 흘러내리면서 아로마 성분도 뽑아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무열매인 커피가 지닌 섬유질 성분도 나와요. 섬유질은 물에 쉽게 안 녹고, 마지막까지도 안 없어지는 게 섬유질이에요.”

드립할 때, 그래서 마지막까지 물이 떨어지도록 놔두는 건 좋지 않단다. “커피와 물이 오랫동안 만나고 있으면 떫은 맛이 나고, 로스팅에서 실수한 것이 아니라면 악성 맛이 납니다.” 아니 커피에 물 조절이 그렇게 중요한 거였어? 인스턴트커피는 그저 적당히 물만 부어주면 되는데, 왜 이렇게 신경 쓸게 많아. 엉? 인향이는 그저 눈이 초롱초롱, 함박 미소까지 지으면서 즐거운 표정이네. 남자들이 이런 거까지 꼼꼼하게 신경 써야 되겠어. 남자는 모름지기 큰일 할 사람인데 말이야. 킁. (주. 사실, 수컷들은 큰일이나 저지르지 않으면 다행이다.)

커피의 추출방법

커피는 추출방법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대. 침출식과 투과식. “침출식은 물을 가득 부어내리는 겁니다. 가루입자가 물에 잠기게 되죠. 대표적인 것은 프렌치 프레스가 있어요. 투과식은 대표적인 것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뽑는 거고요, 드립으로는 뜸을 우선 들이고 2~3차 물을 붓는 것이 투과식인 셈이죠. 섬유질 추출을 최소화하면서 엑기스를 뽑기 위해 투과식을 많이 쓰죠.”


물론 같은 커피종류를 써도 에스프레소와 드립은 번지수가 다른 커피가 된단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에스프레소는 풍부한 맛, 드립은 깔끔한 맛. 역시나 방법의 차이인 게야. “에스프레소에서 ‘탬핑’(분쇄된 원두를 평평하고 고른 압력으로 포터 필터에 다져주는 작업)을 하는 이유는 투과식으로 뽑기 위한 것이죠. 커피를 위에서 눌러 손발을 묶어놓고 강제로 9바의 압력을 가해 물이 내려오면서 커피의 좋은 성분을 뽑아내는 것이 에스프레소에요. 드립할 때도 에스프레소처럼 (탬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촘촘히 커피를 뭉쳐놓으면 물이 안 내려오게 되죠. 그래서 물을 천천히 줘야 하는 거고요.”

한 잔의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인들

드립이 됐든, 에스프레소가 됐든,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어떻게 되나? 커피믹스에 물 부어서 마시면 간단할 것을 괜히 어렵게 하는 것 아냐?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잔의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소들의 비율을 나누면, 우선 50%는 생두 자체의 품질이에요. 다음 30% 정도는 로스팅이고요. 건조나 가공과정 혹은 블렌딩까지 포함한 거죠. 그리고 나머지 20% 정도는 어떤 추출법으로 정확히 하느냐가 관건이죠.”


아니, 그러면 대개 커피하우스를 찾아간 소비자입장이라면, 로스팅 하는 곳이 아니라면, 거의 80%는 정해져 있는 셈이네. 그 바리스타라는 양반들이 좌우할 수 있는 몫은 20% 정도. 역시 원재료가 좋고 봐야 돼. 먹고 마시는 것에선 그게 제일 중요하지. 암. 그렇고말고. 그런데 내 담배는 원산지가 어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 “추출자의 몫이 20% 정도라고 해도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추출자가 제대로 못하면 커피 맛은 엉망이 돼요. 물론 추출자가 아무리 잘 한다 해도 썩은 콩으로는 좋은 맛을 절대 낼 수가 없죠.”

커피도 또한 마찬가지란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거. “원래 안 좋은 것들이 성질이 강해요. 맛이 확 올라와요. 아무리 좋은 커피 종이라도 (성질 나쁜) 한 알 때문에 맛이 이상해질 수 있어요. 한 알의 결점두가 천 알의 맛을 좌우할 수 있는 거죠.”

Tip. ‘Shade grown’ 커피재배방식

그늘에서 재배한 커피라고 알려진 ‘Shade grown coffee’는 일명 ‘Shade tree’라고 알려진 바나나 나무나 아보카도 나무와 같이 잎이 넓고 큰 나무의 영향을 받고 자란 커피를 뜻한다. 이는 커피나무에 그늘이 지게 해서 재배한다기보다는 땅에 그늘에 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수분 증발을 억제하고 병충해 저항력을 높여주면서 땅속 미생물의 번식을 도와주도록 한다. 청정지역에서 이런 방식으로 커피를 재배하기도 한다.


덧붙여 기 대표가 알려주는 커피구매 시의 주의할 점. “제조날짜를 잘 봐야 해요. 아무리 원자재가 좋아도 볶은 지 6~7개월 이상 됐다면 이미 생명이 끝난 거예요. 법적으로 2년이지만, 마셔서 탈은 안 나도 이미 커피로서는 꽝입니다. 커피를 살 때는, 첫째도 둘째도 신선도를 봐야 하죠. 지난주 말씀드렸듯이, 만약 선물 받은 커피가 있다면, 드립할 때 거품이 제대로 나는지 여부를 보면 신선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가 있어요.” 아무렴, 신선한 것이 최고지. 사람이 먹고 마시는 건데.

추출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

어쨌든 제대로 된 원재료를 갖추고 있다면, 커피 추출자들의 기술이 중요하군. 인향이를 따라서 커피하우스에 갈 때, 바리스타들 잘 봐야겠는걸. 커피 맛 안 좋으면 막막 따져야지. 큭큭. “추출자는 가장 중요한 시간을 비롯, 온도와 분쇄도를 통제할 수 있어요. 바리스타는 이 세 가지를 유효적절하게 통제함으로써 원하는 커피 맛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는 거죠.”

아하, 그러니까 아까 얘기한 엑기스와 섬유질을 제대로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 이거지. “드립할 때도 섬유질은 일정하게 녹는데 반해, 엑기스는 초중반에 녹고 끝으로 가면 뺏길게 없어요. 그러니까 4~5차까지 계속 물을 붓는 건 좋지 않아요. 즉, 아깝다고, 까만 물이 나온다고 물을 붓는 건 잘못이라는 거죠. 한약 다릴 때 재탕, 삼탕이 좋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에요. 드립 추출자가 시간을 언제 끊을지도 맛 결정에 있어 중요하고요. 오래할 수록 섬유질 성분을 많이 가져오니까 좋지 않겠죠?"

아, 맞아. 『오늘의 커피』에도 나오지. 에스프레소 종류 중에 ‘리스트레토(Restretto)’. 에스프레소가 가장 진하게 나오는 시점까지 제한해서 끊어준단다. 잔 맛이 없어 맛이 깨끗하고 고급 커피라고 할 수 있다는 기 대표의 설명. 책에선 나기태는 이렇게 말하지. “같은 양의 원두로 보통의 에스프레소보다 적은 양을 뽑기 때문에 훨씬 진하고 풍미가 강합니다. 원두 본래의 맛을 즐길 줄 아는 분이라면 반드시 드셔야 할 강력추천 메뉴입니다.” 음, 정리하자면, 섬유질을 적게 뽑고 엑기스를 잘 뽑는 것, 그것이야말로 추출의 기술! ‘분장실의 강 선생님’(<개그콘서트>) 안영미는 아마 이렇게 말하겠지. “똑빠노 해, 잘해, 이거뜨라” 바리스타들, 안영미를 조심해~

로스팅과 블렌딩으로 생각하는 커피

추출하기 전, 로스팅할 때도 다양한 방법이 있대. 직화식, 반열풍식, 열풍식 등과 같은 로스팅 방법이 있고, 홈로스팅이라고 개인이 다양한 기구를 활용해서 커피를 볶는 사람도 많다네. 별 희한한 취미들도 다 있지? 하긴 우리 인향이도 프라이팬에 커피를 볶는답시고 지지고볶고 한다고도 하던데, 뭐, 난 관심이 없어 별 귀담아 듣지 않았다만. “불 세기나 공기 양 조절에 따라 수 천 수 만 가지 커피 맛을 낼 수 있어요. 물론 불 세기나 공기 양을 조절하는 게 묘하고 어려워요. 오래해도 쉽지 않은 게 처음 할 때와 다음 할 때가 또 달라요. 커피를 볶고 냉각할 때도 중요해요. 냉각이 잘못되면 원두 안이 더 익기도 하고 그러죠.”

그리고 지난주 잠깐 언급했던 다양한 커피종을 혼합한다는 블렌딩(Blending). “큰 회사일수록 많은 커피를 블렌딩하는 경향이 있어요. 12개까지 혼합하는 메이저 커피회사들도 있어요. 그렇게 많이 블렌딩을 하는 이유는 위험 관리 차원이라고 보시면 돼요. 작황이나 어떤 큰 변화 때문에 커피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크게는 3~4가지 정도로 블렌딩하는 경우가 많은데, 블렌딩을 하면 10% 미만으로 들어가는 건 큰 의미가 없고요. 보통 홀빈 상태에서 블렌딩을 하는데, 비율대로 한다고 해당 커피종의 커피 맛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리고선, 과테말라SHB,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린, 콜롬비아 수프리모를 블렌딩한 커피를 내주시네. 오호, 이것이 바로 섞어치기 커피. 크크. 드립 한번 해볼까나. 각기 다른 품종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맛이라.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서 하나의 맛을 내는 거로군. 즉, 다인종, 다문화 커피라. 음, 우리 사회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군. 글로벌, 글로벌하면서도 우리는 상대방의 인종이나 민족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그 사람을 대하는 경우가 많잖아. 민족, 인종 구분 없이 이렇게 블렌딩해서 사는 것. 재밌지 않겠어? 서로를 인정하면서. 커피강좌 들으면서, 이런 생각도 해보다니. 허허. 재미있군.


Tip. 향커피(헤이즐넛 커피)가 좋지 않은 이유

한때 ‘헤이즐넛’이 커피시장에서 ‘대세’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커피 품질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몰랐고, 좋은 커피를 써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던 그런 때. 그러나 헤이즐넛과 같은 커피에서 나는 향은 전적으로 인공향이고 공업향이다. 천연향이 아니다. 더구나 이 향을 입히기 위해서 커피는 신선해선 안 된다. 오래돼야 한다. 갓 볶거나 오래되지 않은 커피는 가스를 배출하는데, 가스 배출 때문에 향을 입혀도 제대로 향이 먹히질 않는다. 말하자면, ‘향발’을 받게 하기 위해 대개 오래된 원두를 쓴다.

무엇보다 확인되지 않은 채 값싸게 제조된 인공향이 첨가된다는 사실이 찝찝하다. 인공으로 합성된 것이 몸에 좋을 가능성, 당연히 적지 않겠는가. 기 대표 왈.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왔을 때도 헤이즐넛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자기들은 헤이즐넛 취급 안 하는 것이 자랑이었죠. (향커피는) 언젠가는 TV의 소비자고발프로그램에서 한번 맞을 거예요. (웃음)”


커피, 당신의 취향을 위해

인향이는 계속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미소 짓는다. 정말 좋은가보다. 나랑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한 표정이다. 아, 내가 커피보다 못한 존재란 말인가. 불끈. 아니, 그만큼 내가 저이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한 건 아닐까. 흠.

오늘도 기 대표는 지난주와 같은 맥락의 말씀을 하신다. “커피는 이 맛이 옳다, 그르다, 고 얘기할 만큼 절대적인 것이 없어요. 제가 처음 커피를 배울 때는 가르쳐 주는 데도 없었고, 비밀처럼 커피를 다뤘어요. 지금도 보면 커피에 대해 다소 신비롭게 미화돼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건 바람직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커피도 치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경험치나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강해요. 어쨌든 커피는 먹어봐서 맛있는 게 맛있는 커피예요.”

아직까지도 나는 반신반의하고 있긴 하지만, 인스턴트커피가 아닌, 어쩌면 그 이상의 커피가 있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어. 생각보다 커피가 품은 세계도 넓다는 것도 알게 되고. 여자들이 커피에 빠지는 것도,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취향을 존중한다는 것. 생각지도 못하게 얻어가는 것들이 있네. 좋아, 다음 주 마지막이지만, 계속 들어보자규. 가는 길에 인향이한테 커피 한잔 사줄까봐. 이런 데 어떻게 알고 날 데려와 가지고. 아규, 예쁜 우리 인향이~ 쪽~♥


Tip. 커피의 유래(강의교재에서 발췌)

커피의 기원에 대한 설은 크게 두 가지이다. 에티오피아 고원 발견 설과 오마의 발견 설인데, 에티오피아 발견설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에티오피아 발견설은, 에티오피아의 고원 아비시니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다. 양치기 칼디가 양떼들이 흥분하여 뛰어 노는 것을 보고 그 원인을 조사해 본 결과, 목장 근처의 나무에서 빨간 열매를 따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 사실을 수도원 원장에게 알려 열매를 따서 끓여 먹어보니 전신에 기운이 솟는 것을 느꼈고 다른 제자들도 같은 경험을 했다. 그 후 그 소문이 각지에 퍼져 동양의 많은 나라들에게 전파되고 애용되어 오늘에 이르렀다는 설.

오마의 발견설은 아라비아에서 전해진 이야기다. 오마는 아라비아 모카의 수호성주 세크칼디의 제자로 중병에 시달리는 성주의 딸을 치료한 뒤 그 공주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발각돼 오자브라는 지방으로 유배를 당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커피를 발견한다. 그 후 오마는 이를 의약제로 사용해 큰 효과를 발휘, 이로 인해 면죄를 받아 고향에 돌아간 뒤 커피를 널리 전파했다는 설이다.




[예스24 기고 원문]



커피스토리텔러 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공정무역 커피회사 '카페 티모르'에 몸담고 있다. 지금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그리고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골초마초, 세련된 커피마초 되기

골초 마초, 커피와 만나다
골초 마초, 세련된 ‘커피마초’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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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사자의 갱생기. 딱 이 한마디로 정리가 가능한 영화 <크레이지 하트>를 세간에 주목받게 한 것은, 늙은 사자를 연기한 제프 프리지스 덕분이다. 연기와 배우가 따로 분리되지 않는, 온전히 배우 그 자체의 영화. 누군가의 말마따나, ‘일생에 한번 있을 영화와 만난 경우’다. 세간의 관심을 외면하지 않은 아카데미는, 그에게 첫 오스카(남우주연상)를 안겨줬다. 아카데미나 대중 모두에게 행복한 선택이었다. 불만은 없다. 아마 영화를 본다면 당신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나는 한쪽으로 치우친 관심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면당한 이름을 꺼낸다. 진 크래드독. 그러니까, 이를 연기한 매기 질렌홀. 위험을 무릅쓰고 감히 말하건대, 매기가 아니었다면, 제프를 향한 세간의 관심도 없었다. 밤하늘의 별이 혼자 빛나는 법, 없다. 이 뮤즈, 완벽하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뮤즈는 생각할 수가 없다.


<크레이지 하트>의 늙은 사자, 배드 플레이크(제프 브리지스). 한때 잘 나갔던 컨트리 뮤지션이었다. 나오는 족족 히트를 쳤고, 후배 뮤지션들은 그의 곡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꽤나 많은 여성 그루피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 사자도 늙기 마련이다 보니, 이빨은 거의 썩어 문드러졌고, 갈기는 숭숭 빠졌다. 축 처진 뱃살, 덥수룩한 수염, 공연이라 봐야 시골 선술집이나 볼링장 콘서트. 취미래야, 싸구려 모텔에서 포르노 틀어놓고 술을 입에 달고 있는 것. 서커스 장에서 단물 쓴물 쪽쪽 빨아 먹힌, 묘기 사자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늙은 사자가 죽기보단 재기하는 것, 사실 익숙하다. 누군가에겐 진부할지도 모르겠다. 스크린에서도 많았을 뿐 아니라, TV를 켜거나 책을 봐도, 이런 이야기 흔하다. 황혼기에 새로운 기회가 오고, 생기를 되찾는 이야기구조 자체가 지닌 한계도 있다. 뻔하다는 관습적인 구조를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우리가 본 <레슬러>는, 확실히 셌다. 미키 루크라는 스토리텔링이 워낙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자면 <크레이지 하트>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하지만, 그런 빈틈을 메운 것이 배드의 뮤즈, 진. 영화를 이끌어간 것이 배드라면, 이를 지탱한 것은 진이다. 


진은 그렇다. 뮤즈다. 늙은 사자가 더 이상 나락에 떨어지지 않고, 삶을 회생시키는 동력이다. 아니 모든 것이다. 내가 스크린을 통해 본 것도, 여느 평범한 남자의 로망이자 판타지라는 한계, 인정한다. 늙은 사자를 취재하러 온 신참내기 기자. 싱글맘. 배드는 아마도 자신이 진에게 빠지리라는 생각, 그로인해 삶(의 태도)이 바뀔 거라는 상상, 추호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잠시 거친 간이역에서 하룻밤을 나눌 상대로 생각하고 추파를 던졌을 것이다.


별 일 아닌 것에서, 사소한 것에서 삶은 균열이 일어나고, 모든 것이 변한다. 재미있다. 삶의 병적인 유머센스가 발현되는 순간. 어느 순간, 진에게 빠진 배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음악이다. 늙은 사자에게도 있던 당연히 있었던 발톱과 이빨. 진은, 사자에게 발톱과 이빨이 있음을 깨우는 조련사다. 그렇다고 채찍을 든 것도 아니요, 먹이로 유혹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부드럽고, 조용하며, 복잡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배드의 삶에도 그렇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에게도 마찬가지다. 스펀지에 물 스며들듯, 그녀는 쑥 들어찬다.


알겠지만, 그건 의식적으로 상대를 대하거나 의도를 갖고 접근할 때 가능한 게 아니다. 흔해 빠진, 식상한 말이지만, 그건 ‘진심’이다. 그녀는 섹시한 몸매와 자태를 지닌, 혹은 초절정 아름다움을 지닌 미녀, 아니다. 한 순간에 사람을 뒤흔들어놓을 그런 여자도,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묘하게 사람을 당기는 매력을 지닌 여자랄까. 흰 티셔츠와 청바지만으로도 충분히 섹시함을 드러내는 사람.



배드가 다른 뮤즈를 만날 수 있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가 어떻게든 갱생하게 됐을 거라고 생각이 들진 않는다. 이야기를 진즉에 그렇게 꾸민 것 아니었냐고? 아니, 그건 온전히 매기 질렌홀이 연기한 진이었기 때문에 설득력을 획득한 거다. 앞서 언급했듯, <크레이지 하트>는 매기의 진이 있었기에 지탱가능한 이야기다. 두 사람의 교감은 사랑을 해 본 사람은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다. 사랑을 하면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세상에 사람은 많지만,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그 누군가는 흔치 않다. 진이었기에 배드의 삶도 변할 수 있었고, 자신의 안에 있는 음악을 끄집어낼 수 있었던 거다. 진이라고 다른가. 그 망가진 늙은 사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 위험하고 앞이 보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안다. 진짜 나를 위하는 것, 당장 내 행복을 위해 해야 하는 것. 나쁘고 위험하다는 전제가 아니라, 그것 따위 상관없이 내 마음이 향하는 것.


그녀는 약하면서도, 강하다. 무엇보다 사랑스럽다. 두 사람 모두 결함투성이이기에 가능한 결합. 배드는 아마 나쁜 남자일 것이다. 그럼에도 진은 왜 빠졌냐고. 그건 진의 마음만 알 수 있는 거다. 나쁜 남자, 나쁜 여자라고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 늘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것, 아니잖나. 우리는 늘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주고, 채워지기를 바라면서 살고 있다.


진이 이 영화의 주춧돌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뭣보다 배드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진짜 사랑은,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거다. 육체에 빠져도 좋고, 마음 씀씀이에 혹해도 좋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나를 만나게 해주는 그런 사랑에 혹한다. 진이 배드에겐, 그런 사람이다. 그건 의도한 것도 아니요, 바꾸길 원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러운 마음과 몸의 흐름이 세계를 바꿔놓은 것이다.


사랑에 빠진 진이 배드에게 했던 이 말, 아직 생생하다. 다친 몸으로 진의 침대에서 음악을 만드는 배드에게 건넨. “당신이 내 침대에서 그 노래를 부르고 있잖아! 당신은 떠날 테지만 난 침대에 누울 때마다 그 노래가 생각날 거라고!” 마음이 짠... 사랑하는 당신과 나눈 사소한 시간, 그것이 10초, 1분에 지나지 않을 거라도, 마음은 그냥 저장하고 마는 걸. 내 기억은 그렇게 당신을 담아버리고 마는 걸.


어떤 자극적이고 화려한 아름다움보다 더 마음을 움직인 여자, 진을 연기한 매기 질렌홀은 제프 브리지스에 비해 저평가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온전하게 이 영화를 함께 지탱한 양대 축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크레이지 하트>에 대한 찬사를 한다면, 마땅히 그녀에게도 가야하고, 그것만이 찬사가 온전해질 수 있다. 티셔츠와 청바지, 스니커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섹시하고 멋진 여자, 진. 이 영화, 늙은 사자의 갱생기도 맞지만, 뮤즈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겠다.



매기는 이 한편으로 내가 모셔놓은 배우 만신전에 올라섰다. 비록, 올해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만 오르고 수상은 놓쳤지만, 뭐 어때. 수상자만 기억하는 ‘더러운’ 오스카보다 나의 만신전에 올라 영원히 내게서 남아 있는 것도 나름 괜찮을 듯. 그녀는 이제 나의 여신, 아니 뮤즈. 이 여자, 정말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참, 만신전에는 누가 있냐고? 천천히 말해주마. 기다려주시라. 싫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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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이야기. 참 어울리는 조합.
물론, 당신이 함께라면 그것보다 좋은 것, 이 세상엔 없겠지만...

커피강좌로 만들어 본 이야기.
물론 여기 나온 남자는 글 쓴 나와는 무관한 가상의 존재!!! ^^;
(그렇지만 너의 실체도 마초! 아니냐고? 음, 그래 내 안에도 쪼매 마초 있긴해도 그게 다는 아니다, 뭐...)  


골초 마초, 커피와 만나다
『오늘의 커피』 출간기념 커피강좌 ①


(※ 이 글은 『오늘의 커피』출간기념 커피강좌 참여를 토대로 허구를 섞어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입니다.)

나, (마)초성은 그런 남자야. 밥보다 비싼 커피 마시는 여자들, 된장 초장에 막장이야. 밥은 굶어도 커피는 마셔야겠다고? 웃기는 짬뽕이야, 아주. 그까짓 시커먼 커피 같은 거, 회사에도 널리고 널렸고 거리 곳곳에 자판기도 있잖나. 커피믹스 그냥 부욱 찢어서 종이컵에 휘휘 저어서 마시면 될 걸, 뭐 엘레강스하고 차밍하시다고 굳이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냐고. 나는 그저 자판기 커피가 최고야. 싸고 쉽잖아. 커피, 그까이 게 무슨 와인도 아니고, 이리저리 복잡할 게 뭐 있어. 나는 ‘둘 반(커피)-하나 반(설탕)-둘(프림)’이 제일 좋아. 더구나 우리 자판기 커피, 담배와 함께라면 캬~ 뽕간다. 커피와 담배의 이 오묘한 조합 때문에 커피가 좋을 뿐, 된장녀들 아주 커피에 빠져 죽어라, 죽어.

그런데 내 애인, (여)인향이는 커피라면 사족을 못 써. 하루에 커피를 대여섯 잔씩 마셔. 그것도 인스턴트커피도 아닌, 원두커피를. 유명하다싶은 커피하우스를 수소문해서 찾아다닐 정도로 커피 마니아야. 커피 마시기가 취미인 그런 여자랄까. 그럼 따라다니면서 좋은 커피를 마시지 않냐고? 에이 그렇다고 체면 안 서게 억지로 끌려 다니진 않지. 나, 남자거든. 차라리 다른 걸 마시고 말지, 밥보다 비싼 커피는 절대 네버 안 마셔. 내가 술을 마시면 마셨지, 커피에 헛돈 쓰지 않는 걸 자랑으로 삼는 남.자.라구. 그런 우리가 어떻게 애인 사이가 됐냐고? 글쎄, 그것도 생각해보니 미스터리하긴 한데, 다 남자가 잘난 탓 아니겠어. 우하하.

며칠 전, 인향이가 이번에 희한한 제안을 해 왔어. 예전에 한번 각자의 커피 취향 때문에 대판 싸운 이후로 서로의 커피 취향에 대해선 얘기를 않는데, 생뚱맞게 커피 강좌를 들으러 가자는 거야. 아니 정말 생뚱맞죠~ 그 놈의 비싼 커피 마시는 것도 고까워 죽겠는데 이젠 그걸 아예 배우겠다고?

근데 공짜라네. 자기가 꼭 가고 싶은 자리란다. 별 희한한 장르도 있다 싶었는데, 뭐, 커피만화? 『오늘의 커피』(기선 만화/애니북스 펴냄)라나 뭐라나. 출간기념 무료 커피강좌 이벤트에 당첨이 됐단다. 쿨럭. 이 여자, 하여튼 커피에 대한 집착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좋다. 주말에 커피 값도 아끼고 잘 됐지 뭐야. 3주 동안 토요일마다 한다는데, 인향이가 실컷 좋아하는 커피나 마시게 하면서 아주 박살을 내 버릴 요량으로 같이 따라가기로 했어. 가서 커피에 환상을 가진 것들, 아주 독설을 퍼붓고 말테다. 내가 이래봬도, 독해~ 김구라야 김구라. 하하.

인향이가 보래서 만화도 봤는데, 뭐 바리스타? 내가 ‘슈퍼스타’나 ‘시다바리’는 알아도 바리스타는 처음 알았네. 푸하. 뭐 재밌긴 한데, 뭔 그리 모르는 용어는 많아. 오난지인지, 오간지인지, 그 여자, 그냥 자판기커피나 탔으면 좋겠더라고. 커피 오타쿠 남자 놈은 마음에 안 들어. 부잣집, 아니 재벌 손주 놈이 뭐가 아쉬워서 커피 같은 걸 한다고 그래? 바리스타인지 시다바리인지. 쯧. 근데 2권은 언제 나온대?^^;


아, 잡설이 길었군. 지난 21일 오후 2시 첫 번째 커피강좌가 열리는 날이었어. 알려준 장소가 역삼동의 브라운 하우스(www.brownhaus.co.kr).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힘들게 찾았어. 우리 말고도 사람들이 10명이나 와 있어. 무료 강좌 들으려고 경쟁이 꽤 치열했다고 하던데. 이 사람들 도대체 뭐야. 커피 따위 배워서 어디에 써 먹겠다는 거야. 커피집 차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듣고 보자. 초나 치면서 있지 뭐.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같은 드립커피니 뭐니 하는 걸 알려주는 과정도 있던데, 한번 시식이나 해 주지, 뭐. 이래봬도, 포용력 넓은 남자잖아. 출판사 직원 분들도 반겨주시는데, 좋아, 뭐, 애인을 위해 이 정도 소원쯤이야 못 들어주겠어.

브라운하우스를 휘휘 감도는 커피향

강사는 이 곳, 브라운 하우스의 기일도 대표시란다. 인상, 좋으시네. 그런데 어쩌다 남자 분께서 커피에 빠지셨나, 쯧쯧. 여자들이나 할 일에 말이야. 어쨌든, 대표님께서 오늘 강사선생님으로 직접 나오셨네. 어색한 기운이 다소 감돌긴 해도, 한번 들어보자고. 커피에 대해 선생님이 이런 말씀부터 시작하시네. “우선 커피에는 정답이 없어요. 담배도 많이 팔리는 담배가 있지만, 청자나 백자 피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기호품에는 어떤 것이 맞고 틀린 것이 없어요. 이 책은 그걸 독자들에게 잘 전달한 것 같아요.”



하긴 내가 피는 담배도 그래. 별로 인기 없는 담배지만, 내겐 그게 가장 맞는 걸. 내 취향인 걸. 담배 얘기를 해주니 쏙쏙 들어오잖아.

그리고 원두를 갈은 커피를 갖고 오시네. 분쇄 5분이 지난 커피라는데, 케냐AA? 별 희한한 이름도 다 있군, 생각했어. 투명한 주전자 같은 것을 밑에 대고 위에 깔때기 엇비슷한 것을 놓더니 커피를 붓고 주전자로 뜨거운 물을 부어. 저게 뭥미? 하면서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드립 커피’란다. 믹스에 물만 부으면 될 것을, 복잡하게 저렇게 하다니. 허허.

설명을 덧붙인다. “커피를 분쇄하면 빨리 마시는 것이 좋아요. 분쇄한 지 하루 지나면 생명력이 끝난 커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보존기간을 늘리려면 공기와 접하지 않게 해서 냉장․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고요. (거품이 부풀어 오른 드립커피를 가리키며) 지금 여기 드립하는 것처럼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 신선한 커피예요.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죠? 만약 커피를 선물을 받아서 드립해보면 그 커피의 선선여부를 알 수 있어요.”

Tip. 커피패킹에 밸브가 있는 이유
커피를 볶으면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한다. 패킹을 해도 계속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를 놔두면 부풀어 올라 터진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커피패킹에는 ‘밸브’가 있다. 그 밸브는 가스를 배출하되 바깥의 공기는 패킹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분쇄커피에는 밸브가 없는 경우도 있다.

맞아. 커피도 식품이니까, 보관방법이 당연히 중요하지 않겠어. 그럼 얼마나 보관이 가능한 거지? “산지에서 보관은 대개 파치먼트(커피열매를 딴 뒤 과육을 제거한 상태)인 채로 해요. 분쇄를 안 하면 약 한달 정도 보관이 가능해요. 냉동고에 밀봉 보관하면 3~4개월도 되고요. 물론 갓 볶은 커피만큼의 맛은 낼 수 없죠. 생두 상태에서도 습기만 잘 관리하면 1년도 가능합니다.”  

마초, 커피 맛을 보다

드립커피라는 것을 마셨어. 와우 셔~ 그런데 그 신맛이 나쁘지 않아. 뭐지? 입안에서 쩝쩝 감칠 맛나게 감도는 이 맛은.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신맛이 아냐. 궁금해서 인향에게 물었더니, 이건 산미가 살아있는 거란다. 오호. 이런 맛 처음인데. 커피에서 이런 맛도 나는 거구나. 인스턴트에선 볼 수 없는 맛이야.

아니, 사실 커피면 다 엇비슷한 줄 알았거든. 근데 그게 아니네.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이고, 커피의 단맛은 미묘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반면 코(아로마)로 느낄 수 있는 것은 훨씬 넓고 다양해요. 커피 마실 때 ‘바디’라고 표현하는 것이 있습니다. 무겁다, 가볍다로 보통 표현을 해요. 뚱뚱하다, 홀쭉하다가 아니고. (웃음) 이것은 처음 커피를 들이킬 때 느끼는 거예요. 농도와는 상관없고요. 입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커피를 오랫동안 마셔도 바디에 대한 개념이 없기도 하고, 처음 배운 사람도 개념을 가지기도 합니다. 섬세하고 미묘한 것을 잘 찾는 분들이 바디감을 느끼는데 유리합니다.”

Tip. 커피의 식물학적 분류(종류)

아라비카

해발 1000~2000m의 고지대, 성장속도 느리나 향미 풍부, 카페인함유량 적다, 주로 원두커피용으로 사용한다.

로부스타

해발 0~700m의 저지대, 성장속도 빠르나 자극적이고 거친 향미, 카페인함유량이 아라비카종의 약2배 수준, 주로 인스턴트커피용, 물에 잘 녹는다.

리베리카

상업적 유통이 거의 되지 않는 품종, 커피나무가 5m까지 자란다.


그 뭐라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뽑아져 나오는 시커먼 색의 그 액체에서 중요한 것이 바디란다. 내가 운동을 해서 바디는 좀 좋은데. 하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뽑을 때, 황금색의 크레마가 나오는데,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디라는데, 이런 말도 하신다. “에스프레소의 생명은 바디죠. 크레마에서 오는 바디. 머신에서 추출할 때 안 좋은 성분도 나오는데, 떫은 맛 등이 나올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은 성분을 뽑으면서 바디감을 제대로 느끼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 전에 아라비카종에서는 답이 없었어요. 바디감이 좋은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수마트라 만델린인데, 스타벅스가 이것을 발굴하면서 바디감을 좀더 살릴 수 있게 됐어요.”

아, 별 게 다 있군. 말하자면 바디감이 좋은 커피가 몸짱 커피인 건 아니란 거지? 입안을 꽉 채우는 느낌? 흠. 그러고 보니 내가 마시는 인스턴트커피는 가볍긴 했어. 계속 이어진다.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맛이) 강한 커피를 들고 온 거죠. 처음에는 ‘왜 이렇게 써’라는 반응을 보였다가 이내 적응된 거죠. 어떻게 보면, 강한 맛에 중독된 거예요. 그리고 스타벅스의 상당 부분 동업자가 만델린이죠.”


커피도 막 섞는다는 걸, 처음 알았어. 그걸 블렌딩(blending)이라고 한다네. 각 지역에서 나는 커피마다 고유의 맛이 있고, 그것을 섞어서 새로운 커피맛을 내기도 한단다. 그러니까, 일종의 섞어치기? 난 말이야. 담배는 섞어서 못 피겠던데, 커피는 커피끼리 섞어서 내놓기도 한다는 거로군. 희한해~

아니 그런데,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의 차이는 뭐지? 추출하는 방법이 다를 테니, 무엇보다 맛 차이가 날 테고. 아, 이것도 기 대표께서 설명을 해 주시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크레마’에요. 향미성분에 영향을 미치는 기름․지방의 함유량이 다르죠. 에스프레소는 맛이 풍부한데, 이것이 다 크레마에 포함된 지방에서 비롯되는 거죠. 드립은 기름을 걸러낸 거고요.” 그리고 덧붙이는 말.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돼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커피는 없습니다. 에스프레소, 카페라떼, 카푸치노 모두 마찬가지에요. 커피는 어떻게 보면 중독이에요. 가격이 비싸다고 좋은 커피도 아니고요.”

커피의 중요한 요소, 물과 로스팅

이번엔 물에 대해서도 말씀하시네. 커피에 붓는 그 물 말이다. “커피를 마신다지만, 사실 90% 가량이 물을 마시는 거예요. 커피를 꼼꼼하게 마시려면 물맛을 먼저 보죠. 이탈리아 같은 곳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거의 석회수라 용해물질을 제거해야 하는 터라, 연수기도 달고 정수필터도 달고 그러죠. 기본적으로 물이 중요해요. 커피농장이나 산지에 가서도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물이죠. 물이 커피의 생육과정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 물이 중요하구나, 물. 아, 내일 3월22일이 ‘세계 물의 날’이던데, 한번 눈 여겨 봐야겠네.

‘로스팅’이라는 것도 알려주신다. 미팅, 소개팅 같은 건 잘 알아도 로스팅은 처음이야~ 그건 커피콩을 볶는 거란다. 그래야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원두가 나온다네. 겉과 속이 얼마나 균일하느냐도 중요하고. “로스팅이 잘못 되면 풋내, 풋콩 냄새가 나기도 하고 맛이 제대로 나질 않는 경우가 많아요.” 아까 드립커피의 신맛은 괜찮았는데, 좋은 커피에서는 신맛이 어느 정도 중요하단다. “신맛이 싫다는 사람도 많아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냐는 것이 중요하죠. 커피 향미 중에 ‘sour’이라고 있는데, 생생한 산미와는 다른 개념의 신맛이 있어요. 주로 덜익은 콩으로 만든 커피에서 나는데, 이건 신맛으로서 결점이죠.”




그런 로스팅의 가장 마지막 단계라는 ‘이탈리안’은 상업적으로 거의 유통되지 않고, 로스팅 정도가 셀수록 무게가 가벼워지고 부피는 커진단다. 그런데 처음 알았다. 프랑스․이탈리아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단다. 아니, 우리나라 커피집 어딜 가도 있는 가장 기본적인 메뉴가 없다니. 그들 나라에 가서 그걸 설명하면 물을 갖다 준 단다. 물을 타 마시라고. 하하. 웃겼어.

참, 블루마운틴. 나도 그건 들어본 적이 있는데, 되게 유명한 커피종이라네. 자메이카에서 나오는 커피래. 그런데 이거 백화점에서 4~5만원에 판다면, 그건 가짜래. 진품 100% 블루마운틴이라면 20~3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네. 유후~ 그런 커피를 찾아서 마시는 인간들은 완전 된장막장人들 아닐까? 그래서 블루마운틴 표기를 한 제품들이 블루마운틴 ‘블렌드’나 블루마운틴 ‘타입’과 같은 식으로 표기돼 있는데, ‘블렌드’나 ‘타입’ 표기는 조그맣게 돼 있다네. 블렌드는 블루마운틴이 10%만 들어가 있어도 붙일 수 있고, 타입은 1%도 안 들어간 경우도 있대. 그야말로 장삿속이로군. 조심해야겠어. 커피도 모르면 당하는구나.  

맛이 좋은 커피

갑자기 생긴 궁금증. 그러니까 커피를 잘 만들면 장사도 잘 되어야 하는 거잖아. 하지만 『오늘의 커피』를 보니 나기태의 낙원카페는 그런 것 같지도 않던데. 물론 혼자만 잘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기 대표께서 그런 내 궁금증을 간파했는지, 알려주시더군. “커피를 잘 하는 것과 장사를 잘 하는 것은 달라요. 『오늘의 커피』에 나온 것처럼. 같은 커피라도 아침, 점심, 저녁이 다르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요. 드립 할 때 방향을 어떻게 돌리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여느 공산품처럼 일률적이지 않지요. 그래서 커피가 어려우면서도 재밌고요.”

쳇, 모야. 내가 마시는 인스턴트커피는 언제나 한결 같던데. 달달하니, 딱 좋던데. 오간지처럼 자판기 커피를 맛있게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냐, 혹시 내가 인스턴트커피에만 중독돼 있는 건가? 오늘 커피는 좀 색다르긴 해. 좋은 커피에 대한 기 대표 왈. “커피광고 문구 중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는 커피’라고 있죠? 좋은 커피일수록 식었을 때도 맛이 있고, 온도가 떨어져도 맛있는 커피가 좋은 커피에요. 커피 맛을 느끼기에 좋은 온도는 70℃ 전후예요. 식을수록 신맛이 치고 올라오는데, 50~60℃일 때 신맛을 많이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정말 좋은 커피는 광고 문구처럼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아쉽습니다. 이런 커피를 마시면 참 좋죠.”


이 자리에서 드립커피를 내리는 실습도 함께 했다. 이젠 무식하게 깔때기, 비이커 같은 얘기 않기로 했다. 서버, 드리퍼, 필터, 드립포트, 흠 괜히 있어 보이는군. 캬캬. 내가 추출한 커피라 그런지 더욱 향기롭고, 맛 난다. 쩝. 인향이도 꽤나 만족하는 눈치다. 그렇게 드립을 한 케냐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는데, 기 대표께서 말씀 하신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머나 먼 케냐에서 이 커피가 지금 우리 손에까지 온 거에요.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서 어떻게 하다 여기까지 와서 우리가 드립을 해서 마시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지 않아요?”

커피로 연결된 세상

아, 정말 그러네. 전혀 나와 상관이 없는 곳인 줄 알았던 아프리카의 케냐. TV를 통해 케냐 국립공원의 풍광이나 보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 아버지의 고향 정도라는 정도만 알던 나라였는데. 그러고 보니 그 케냐에서 나온 커피를 마시고 있는 지금이 신기한 걸. 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는 지금 이렇게 케냐와 연관을 맺고 있는 거구나. 케냐에서 커피를 재배한 사람과 나는, 이 커피를 통해 간접적으로 맺어진 셈?

어릴 때, 어머니 말씀이 생각나네. 밥 먹을 때마다, 이렇게 밥상을 오르게 해 준 벼를 재배한 농부를 생각하라고 하신 말씀. 핫, 갑자기 얼굴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케냐의 커피농부가 궁금해지네. 갑자기 가까워진 기분이랄까. 이건, 커피의 힘?

이날의 커피 수업은 그렇게 끝이 났어. 남자 체면에 말이 아니게 따라왔지만, 이거 나름 재미있는 걸. 큼. 입안을 알싸하게 감도는 이 기운이 참 좋아. 뭐, 그렇다고 내가 인향이처럼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진 않을 걸. 큼큼. 어쨌든 다음 시간이 기다려지는 걸.

[예스24 기고 원문]


커피스토리텔러 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공정무역 커피회사 '카페 티모르'에 몸담고 있다. 지금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그리고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골초마초, 세련된 커피마초 되기

골초 마초, 커피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골초 마초, 세련된 ‘커피마초’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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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겐 세 번째 정이현.

통돌이 세탁기 질문을 던졌던 <사랑니> 재상영회,

2007년과 작별을 공유했던 시간,

그리고 이번 세 번째는, 낭독회라는 타이틀.


물론, 서로 아는 사이? 당근 아니지.

나만 알고 있는 사이. 당연히 '너는 모른다'.


독자만남에 온 사람 대부분을 희한하게 기억한다고 정이현은 말했지만,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 지극히 평범한 아주 보통의 존재는 때론 모르는게 편하다.


정이현을 무척 꽤나 아주 많이 좋아해서,

이 자리에 우겨서 왔다는 한 사자머리를 한 여성이 있었다.

(멋있었다. 내 눈엔!)

그날 알코올에 잠식당한 것 같았음에도,

오매불망 정이현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낭독회를 듣고,

글에는 쓰지 않은 아주 재미있는 질문으로 함께 한 우릴 웃겨주기도 했는데.


그런 그녀가 사인을 받을 찰나 내 앞에 서서,

혼자 왔냐고 물어 끄덕끄덕 거렸더니,

정이현 작가와 사진을 찍어달라면서 우리 친구 하잖다.

누구라도 끄덕끄덕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우리는 서로 모르지만.


하지만, 사진기는 고장이 났는지, 내 손에서 작동을 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사진기를 다시 돌려주며 사인을 받은 나는 자리를 휙 떳다.

나중에 들은 후문으로,

그녀는 정이현과 함께 있다는 것에 감격해서인지, 펑펑 울었단다.


정이현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모르겠으나, (아마 당혹스러웠겠지)

글의 완성도나 미학에 상관없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가진 작가는,

한편으로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낭독회 끝난 뒤 만난 하얀 복실이가 보고 싶다.

홍대부근에 가거든 잘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아래는, 그 낭독회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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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알기 위해,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너는 모른다』 정이현 작가와 함께하는 낭독의 시간


얼마 전 날아온, 메일 한 통. 니가 좋아하던, 존 스타인벡(『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등)이 했다는 말이 적혀 있었어. “타인을 정말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기껏해야 그들이 자신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사람을 알기까지」중에서) 아, 그 말을 입으로 곱씹는 순간, 삐뽀삐뽀, 머릿속엔 경광등이 켜졌다. 니가 갑자기 휘발됐거든. 니가 떠오르질 않았어. 고작 아는 건, 니 이름, 희미한 생김새, 하는 일과 같은 겉모습뿐. 니 마음, 니 속살은 어디에도 없는, 텅 빈 내 마음.


이런, 당황스러웠어. 물론 너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 넌 그저 나와 ‘다른’ 사람이었을 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한때의 착각.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우리들의 시절. 안다. 모른다. 그 쉬이 건너기 힘든 강. 어쩌면, 내게 넌 아는 여자, 나는 네게 그저 아는 남자였을지도. 우린 서로를 통해 자신을 투영하고 있었을 뿐인지도 모르겠어.


뜬금없지만, 나는 다른 사람이 누군가를 ‘착하다’고 하는 말을, 늘 의심해. ‘내 친구, 착해’라는 흔한 말. 대체 뭐가 착하다는 거지? 그 착하단 말,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 거지? 내게 피해를 주지 않는? 그저 세상에 맥없이 순응하기만 하는? 나는 네가 착하다고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다른 누군가에게 널 말할 때도 그렇게 얘기한 적도 없지. 타인을 얼마나 잘 알기에 착하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꺼내는 걸까. 다들 주변엔 착한 사람만 있다는데, 세상은 왜 이 꼬라지지? 아직, 나는 궁금해.

 

이 글을 봤어. “착하다는 말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을 것이다. 그 애들은 하나 같이, 타인에 대해 티끌만한 악의조차 없어 뵈는 혈색 좋고 허여멀끔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p.181) 존 스타인벡의 그 말을 접할 즈음, 『너는 모른다』(정이현 지음|문학동네 펴냄)를 쥐고 있었지.


음, 뭐랄까. 책장을 넘기며, 좀 생뚱맞은 경험을 했어. 책을 쥔 내내, 실종된 열한 살 소녀, 유지의 행방이 궁금해 미치겠는 거야. 왜 못 찾느냐가 아닌, 유지는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소설 등장인물이라도 되고 싶었어. 유질 찾고 싶었거든. 유지야, 어디 있는 거니. 아무도 모른다는 그것이 유지를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는 마음을 유도했을까.


가족(이라고 쓰고, 타인이라고 읽는다)이 할 수 있는 일, 거의 없었어. 어떻게든 유지의 부모인 김상호․진옥영 부부, 남매인 은성과 혜성은 정신줄을 놓고 있을 뿐이었지. 유지와 어떤 관계든 맺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밍, 사설탐정 노릇을 하는 문영광도 속수무책. 그야말로, 아무도 모른다. 아마 그들도 유지가 자신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었겠지.


유지. 열한 살(을 나는 잘 모르지만)이 가졌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는 사유를 일삼는 소녀. 어쩌면, 나는 그 소녈 통해 널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몰랐을지 모를 너를. 한때 너만을 사랑하고, 나만이 널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오만도 자꾸만 밟히고...


“사람을 찾습니다.” 그 말이 떠올랐어. 최근에 읽은 어떤 소설들의 겹침. 역시나 실종된 가족(엄마)을 찾아 나선,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그들 역시 엄마를 몰랐어. 잃고 나서야 그들은 엄마의 속사정을 하나 둘 알게 됐고, 생각을 하게 되지. ‘(가족의 일원이었던) 사람을 찾’는 소설들이 연이어 주목을 받는 것엔, 어떤 시대적 징후가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아마 내가 아는 너라면, 어떤 답이든 줬을지도 모르겠어. 또 하나, 김연수 작가의 중단편을 모은 『세계의 끝 여자친구』. 누군가를 온전하게 알거나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 노력을 중단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 내 안팎에서 사람을 찾는 노력 같은 거. 


응, 그래. 너에게, 때늦었지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지난달 28일, 상수 이리카페. ‘정이현 작가와 함께하는 낭독의 시간’에 귀와 마음을 열었던 시간. 너에게, 내 흔적을 꾹꾹 눌러 담는다. 『너는 모른다』에, 혹은 정이현에, 마음을 둔 사람들이 함께 한 공간. 아무도 몰랐지만, 아마도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었을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 유지의 행방을 알았기에, 나는 다소 홀가분했고, 유지를 비롯한 그 가족들, 분명히 예전과 다른 시간을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 남의 고통과 마음에 좀 더 들어가 있으리란 예감. 다른 이의 고통에 늘 민감했고, 그것을 들여다보면서 성찰하고 스스로를 그 속에 내던졌던 너. 그래, 그런 니가 이 얘기도, 들어줬으면 좋겠어.



(※ 스포일러로 간주될만한 이야기가 있으니,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은 조심하시길.)


그들을 알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정이현 작가의 입에선 은성의 이야기부터 흘러 나왔어. 동생인 혜성의 탄생 비화(?)부터 자신이 ‘이 푸르스름한 스노볼 같은 지구에 잘못 떨어진 이유’까지.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부모에게 건네는 흔한 말과 달리, “날 왜 낳은 거냐”며 분노와 체념이 뒤섞인 은성의 이야기. “어떤 생명이 전적으로 또다른 생명을 위하여 태어나기도 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나를 위해, 나를 고독하지 않도록 할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아기! 그것이 동생 혜성이었다. 스스로 간절히 원해서 태어난 아기는 없다.… 그러면 이 푸르스름한 스노볼 같은 지구에 잘못 떨어진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텐데.”(pp.32~35)


작가는 이렇게 은성을 얘기해. “은성이, 특이하다는 말씀 많이 하세요. 경계성 인격장애로 설정했는데, 병명은 명명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사실 은성은 굉장히 외로운 사람이고, 안으로 삭히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이죠. 나름의 방식으로 절규하지만 대상을 못 찾고 자신의 말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아픈 경험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은성이라는 인물에게 애정이 많이 갔어요. 다른 인물 다 사랑하지만, 은성에게도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미친년.’ 은성이에게 붙여진 별명 같은 거였다지. 글쎄, 나로선 연민이 많이 갔던 인물이라, 그렇게 부르고 싶진 않고. 어떻게든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고픈 은성의 안간힘이 애처로웠달까. 마음으로 울고 있는 그녀를 누구든 제대로 달래주거나 토닥여주고 안아줬더라면, 아마 그녀는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이번에는 밍의 이야기. 어디에도 없는 남자. 스스로,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내뱉어야만 했던 남자. 가족이라는 틀에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던 남자. “"잘 있었어?"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몹시 비겁했던 적이 있다. 돌아보면 지금껏 비겁하기만 했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아무것도 망가뜨리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다.… 숭숭 뚫린 빈칸을 이제 와서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그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 밍은 타이베이 발 서울 행 첫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pp.198~200)


이 대목은 그러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하다가 이 부분을 꼽을 만큼 기억에 남는 장면이에요. 쓰고 있을 때 환경도 그랬고, 일일 연재를 했기 때문에, 소설로 기억되는 게 아니고 상황으로 기억나거든요. 10월의 비오는 날, 술을 먹고 들어와서 마감은 급한데 썼다거나 굉장히 심한 감기에 들어온 날인데, 약속도 취소하고 썼다는 등으로. 그렇게 제 시간들이 녹아서 들어있는 느낌이고, 이 부분도 오래 기억이 될 부분이에요. 밍이 숭숭 뚫린 빈칸 같다고 생각할 때, 아마도 제 자신이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다른 분이 낭독하는 걸 들으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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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숭 뚫린 부분. 그래, 누군들 그렇게 제 삶에 숭숭 뚫린 부분들이 없을까. 더 이상 무엇으로도 메우지 못한 채 박제된 빈칸. 나는 그 부분을 메운다는 것을 믿지 않아. 빈칸에 완벽하게 들어맞을 점토 같은 건 없어. 작가도 그런 말을 던져. “숭숭 뚫린 부분이 채워졌나요?” “채운 듯하다가 전혀 다른데 뚫려있고 그래요.” 더 이상 캐묻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각자의 짐작으로 의문의 빈칸을 메울 뿐. 밍에 대한 각자의 시선이 그러하듯 말이야. 내겐 가장 가슴 아렸던, ‘아무도 모르는’ 이 남자.


여하튼 그 남자도, 스무 살 사랑이 있었어. 그 이후 이십여 년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해야 했던. 유지의 엄마, 옥영. 두 사람이 스무 살, 처음 만났었던 시절이 쓰고 달콤함이 공존하는 에스프레소 커피 향처럼 퍼진다. “한 사람의 내부는 몇 개의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을까.… 지금 막 비밀스런 가정사를 고백한 어린 연인의 눈동자에 눈물방울 같은 건 맺혀 있지 않았다. 옥영은 밍의 손등 위에 손바닥을 가만히 포갰다. 따뜻했다. 이 손을 잡고서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까지라도. 인생에는 한들한들 부는 산들바람에 몸뚱이를 맡겨도 되는 시간이 있다.… 그렇게 규정해야 안심하는 자신이 참 비겁하다고도 생각한다.”(pp.53~55)


그들에겐,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추억. ‘우리들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절이겠지. “인생에는 한들한들 부는 산들바람에 몸뚱이를 맡겨도 되는 시간이 있다”라는 말. 정말 그랬던 시간이 떠올랐어. 너를 처음 만난 그땐, 정말 그랬으니까. 그 가을날의 산들바람이 내게, 그렇게 속삭였으니까. 몸뚱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고, 마음까지 홀라당 맡겼던 내 스무 살 무렵도 갑자기 두둥실 떠오르기도 하더라. 


정이현도 꽤나 이 부분을 좋아한대. “옥영과 밍은 스무 살 대학동창으로 만나서 이십여 년 동안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해요. 연인이라고도 할 수 없고 굉장히 긴 인연을 맺어가는 사이인데, 스무 살 연인으로 만났을 때 부분이죠. 좋아하는 부분이라서 읽었고요. 이 얘길 쓸 때 취재차 대만 타이베이에 갔었거든요. 3월경이었는데, 기온은 높은데, 바람이 많이 불고 습하고 추위가 느껴졌어요. 우기여서 비가 많이 왔고요. 대만대학에 다니는 사람으로 설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대만대학 앞에 일주일정도 묵으면서 산책하듯 갔다 왔다 했던 기억이 나요. 스무 살의 내 모습이 어땠는지를 반추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요, 내일 아침 대만을 다른 일로 가는데요, 다시 그곳에 가면 어떤 마음이 들까. 이 책에 대만 얘기가 많이 나오니까, 느낌이 남 다를 거 같아요. 그래서 같이 읽고 싶었어요.”


유지, 어떻게 지내고 있니?


한 독자의 낭독이 있었어. 그래, 유지에 대한 이야기였지. <악마의 트릴>을 만든 타르티니에 대한 이야기부터. “1713년. 스물세 살의 젊은 작곡가 타르티니는 악상이 떠오르지 않아 괴로워하고 있다.… 영혼이란 걸 팔면 이런 데 다다르게 될 수도 있구나. 음악 속에서 아이는 심장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하울카. 여전히 생경한 발음이었지만 어쩐지 할카보다 하울카 쪽이 훨씬 더 부드럽게 들렸다.… 하울카가 아이보다 한 걸음 먼저 글을 남겼다. 아이는 답글을 타이핑했다. - ...................! 백 마디의 언어보다 문장부호 하나가 유용한 순간이 있다는 것을 아이는 알았다.”(pp.262~264)


이 독자는, 성격이 잘 안 드러나지 않는 유지가, 가출을 결심하는 동기이자, 하울카란 사람과 소통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외로운지를 알아차린 것 같다고 했어. 또 음악을 통해 외로움과 슬픔을 얘기한 부분이 좋아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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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소녀의 블로그. 글쎄,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아니, 열한 살이라고 밝힌 블로그를 접하진 못했어. 초딩(보다 못한) 짓거리가 가득한 블로그는 봤지만. 사실, 난 유지가 열한 살이라는 설정이 가장 와닿질 않았어. 유지를 찾고 싶다는 강력한 욕망과 다른 차원에서, ‘유지는 정말 열한 살일까?’라는 호기심도 들더라고. 가령, 이런 거지. 


“하지만 엄마는 짱깨였고 엄마의 딸인 아이도 짱깨였다. 짱깨가 아닌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였다. 그것이 폭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이었다. 맞서 싸우기 위한 완벽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어금니를 꽉 물고 참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섣부르게 주먹을 내질렀다가 제풀에 위태로이 비틀거리는 꼴을 목격당하는 건 더 치명적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내면의 동요를 감추는 기술을 배워갔다. 지상의 모든 아이들이 결국 그러하듯이.”(p.158) 


내가 열한 살을 모르는지 몰라도, 내 열한 살이 그렇지 않았는지 몰라도, 아무리 소녀가 소년의 정신연령을 훌쩍 뛰어넘는 것을 알아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열한 살 소녀를 생각하긴 어려웠다고 토로해야겠어. 넌 어때? 너의 열한 살, 기억하니?


“대한민국 곳곳의 하천과 호수, 바다에서는 연평균 천 구가 넘는 표류사체가 발견된다. 2008년 5월의 마지막 일요일, 경기도 Y대교 상단에서 발견된 남성 사체도 그중 하나였다.… 뱅글뱅글 이어진 나선형 계단 중간쯤에서 은성이 주저앉았다. 혜성도 그 곁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싸구려 소독약 냄새가 빈속을 어지러이 자극했다. 치받혀오는 토기(吐氣)를 억지로 눌러 삼켰다.”(pp.477~479)


끝의 시작. 마지막 챕터의 한 부분을 낭독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문득 궁금해졌어. 유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도무지 그 깊은 속을 알 수 없었던 이 소녀는 지금 얼마나 컸을까. 올 겨울, 이 추웠던 겨울은 잘 났을까. 생전 본 적도, 얼굴도 모르는 소녀의 행방이 궁금했던 나. 나도 가만히 한 발을 내디딘 걸까. 그 조용한 세계로. 너의 세계로 들어갔던 그때처럼...


정이현, 묻고 답하기


사진제공 : 문학동네


낭독회를 통해 이렇게 독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어떤 좋은 점이 있나요.


『너는 모른다』가 나온 뒤, 낭독회는 두 번째 자리에요.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작가들에게) 이런 소통의 시간이 많아졌어요. 저희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독자들을 면대면으로 마주할 기회가 없는데, 되게 감사하고 소중한 기회인 것 같아요. 사실 신간이 나오고 나서 궁금해요. 독자들이 어떻게 읽었는지. 어떤 부분에서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되게 궁금하거든요. 사실 저도 몰랐는데, 이렇게 만나고 보니, 제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더라고요. 얼굴이 기억나요. 어른이 되면 자신과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새로운 사람 사귄다는 두근거림도 있고 그래요.


처음엔 가족 배경의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읽고 보니 주제가 소통인 것 같아요. 어떤 점을 중점으로 이야기하고 싶었고, 유지를 통해 어떤 걸 말씀하고 싶었나요.


거의 대부분이 ‘가족 서사’로 많이 읽더라고요. 처음 생각과 달라서 재밌기도 하고, 조금은 왜 그러실까, 궁금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가족이 궁금한가보다’ ‘가족소설이 필요한 때인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바깥세상이 너무 거칠고 풍파도 많고, 가족안에서는 따뜻하고 안온하길 바라는데, 그렇지 않은 가족이 많잖아요.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열심히 생각해보고 싶었다면, 이 가족을 혈연공동체로 만들었을 거예요. 그런 인물들은 아니죠. ‘홈’이라는 가족보다, ‘하우스’라는 곳에 사는 가족을 생각했어요. 하우스는 형식적인 틀인데, 그곳에서 혈연과 혈연 밖으로 묶인 사람들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어요.


소통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는데, 그런 이야기가 더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거칠게 말하면, ‘너는 나를 몰라’ 그렇게 생각하고 문을 닫고 있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나도 너를 모른다’며 살짝 인식이 바뀌는 순간, 그 순간을 희망 섞인 소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사실 저는 희망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웃음) 소설은 작고 미미한 변화의 순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에서 출발했어요.


유지를 통해, 인물을 통해 뭘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인물을 조정하는 사람도 아니고, 연재하는 동안 인물과 저 사이에 간격이 흐려졌어요. 유지라는 소녀가 있습니다. 이 소녀는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만났습니다. 그 소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같이 따라가고 싶었어요. 물론 유지라는 인물을 가족에서 해석하면 복잡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만, 가족을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분도 있었고,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유지라는 소녀는 유지라는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한 선생과 강은 어떻게 된 건가요.


한 선생과 강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은데, 열어놓고 싶었어요. 어떤 역할을 했고, 범인이다 아니다를 밝히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마, 김상호라는 인물의 그림자를 상징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김상호 내면의 어두운 면을 가진 사람들. 우리 안에는 여러 사람이 있잖아요. 한 선생과 강이 특별히 타고난 악인이어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우리 안의 그런 부분을 극대화시켜서 보여주는 인물이어서 그들이 정말 어떤 일을 했는지 전문을 밝히지 않는 게 좋다고 판단했어요.


이 책엔 소통의 문제도 있었지만, 사회적 사건도 있잖아요. 장기매매나 방화 같은 것도 있고, 혜성이 아버지를 신고하는 일도 있었고...


혜성의 방화에 독자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웃음) 방화 장면은, 혜성에게 비밀이 있는데, 그게 뭘까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물론 주차돼 있는 차에 불을 지르는 것은 나쁜 행위고 그래선 안 되죠. 그런데 혜성이는 자신의 고민과 갈등을 안으로만 삭히고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못하는 인물이잖아요. 울분이랄까. 어디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족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고, 그 안에 쌓인 여러 감정들도 있을 거예요. 최소한 다정하고 좋은 사람인데, 그걸 유지하려는 자신이 버거웠을 거예요.


(방화는) 그런 아이가 최소한의 일탈을 하는 거예요. 그럴 수밖에 없는 짠한 마음, 슬픈 마음을 한번 생각해봤어요. 한편으로 이 책을 혜성의 성장서사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혜성이 변화하는 지점으로 방화를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연재하면서 혜성과 밍을 좋아했고, 문영광도 좋아해보려고 했어요. 삼십대 중반의 멋진 캐릭터로 처음엔 넣었는데, 점점 하는 행동이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마음을 접었어요. (웃음)


글이 안 써지거나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땐 어떻게 극복하세요?


장편 2개를 썼는데, 두 편 모두 일일연재였어요. 글이 안 써질 때 도망가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도망가 봤자, 1~2시간이고. (웃음) 습작할 때, 글이 안 써지면 제일 권하는 것이 일단 그 글에서 떠나는 거예요. 글에 골몰해 있으면 일종의 매몰된 상황인데, 가장 중요한 건 객관적인 거리에요. 화자와 작가 사이에 객관적 거리가 있어야 하고,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힘든 거거든요. 며칠이라도 그것으로부터 떠나서 다른 것을 본다든지, 전혀 상관없는 만화를 본다든지, 그런 방법이 제 경우에는 도움이 됐어요. 스트레스 쌓일 때는 자는 편이고요. (웃음)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작가가 꿈인데, 아이에게 격려의 말씀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중요한 나이인 것 같아요. 세상이 어떤지 눈을 뜨기 시작한 나이인데, 왜 그런 어려운 꿈을. (웃음) 음, 아직은 꿈이 뭐라고 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 가지 꿈을 위해 매진하는 사람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나이면,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고요. 중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더 많은 세계를 만나면 그 가능성이 열릴 거예요. 작가가 되겠다고 소설이나 문학작품만 읽거나 습작하는 건 정말 안 돼요.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책을 더 많이 읽고 다른 세상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안 좋은 경우가 이십대 초반에 천재라는 소릴 들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사람이에요. 어떤 노력을 해도 더 이상은 안 되기 때문에요. 아무리 완숙한 작품을 써도 혜성으로만 기억되거든요. 또 천재는 스스로 천재라는 걸 알아서 열정을 소모하는 경우 많아요. 전 조금 둔하지만 대기만성의 작가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두세 번째 작품이 더 나은 걸 좋아하고요. 작가가 되고 나서도 세상 공부를 많이 하고 경험을 많이 쌓고 여행도 많이 다녔으면 좋겠어요. 잡스러운 세상사나 세태를 많이 아는 사람이 좋은 소설가에요. 풍부하게 느끼고 감각하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쓴 작품의 인물 중에 한 번 더 등장시켰으면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공교롭게 조금 전에 대담을 했는데 비슷한 질문을 받았어요. 『낭만적 사랑과 사회』라는 등단작에 유리라는 인물이 있어요. 2001년에 썼고, 그때 제가 소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 드러나는데, 가수도 첫 앨범을 다시 보면 복잡한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열정을 생각하면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고, 미숙한 점이 보여서 부끄럽기도 하고. 나한테도 첫 작품집이 그래요. 방법적인 부분에서 능숙하고 노련하게 처리할 수 있겠다 싶고, 그럼에도 문학에 대한 열정이나 솟구쳐 오르는 에너지들이 날 것으로 들어가 있는 책이에요. 지금 생각으로는 유리라는 인물이, 그때 이십대 초반이었으니까, 지금 서른 살이 됐을 텐데 많이 궁금해요. 결혼은 안 했을 것 같고, 어느 동네 사는지도 궁금하고, 많이 자랐을 것 같아요. 저도 유리라는 인물의 후일담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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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어릴 때부터 꿈이었는지, 소설을 쓴 계기는, 좋아하는 작가는요? 아울러 소설을 왜 쓰세요?


꿈은 아니었어요. 전 어렸을 때 한 번도 꿈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는 아이였어요. (꿈을) 적어내라면 ‘선생님’ 같은 걸 써내기도 했는데, 절대 선생님이 되고 싶진 않았어요. 조직 생활을 못 견뎌하는 사람이고, 안으로 곪은 사람이라. 소설가는 조직에 속할 필요가 없는 몇 안 되는 직업 중의 하나라 소설가가 됐는지도 몰라요. (웃음)


첫 소설을 스물아홉 때 썼어요. 그런데 그 전에 산문에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스스로 완결하는 문장을 못 쓰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오랫동안. 중고등학교 때 글을 잘 쓴다는 얘기를 들긴 했는데, 그건 시였어요. 시는 찰나를 포착하는 것이 더 중요한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처음과 끝이 있는 서사는 못 쓰는 사람이고, 완결된 문장으로 만들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죠.


대학 때, 소설 창작 수업에서 콩트 하나씩을 써오라고 해서, 썼어요. 교수님이 문제작 다섯 편을 읽어줬는데, 내 것도 있었어요. 남편이랑 사는 어떤 여자가 우울해서 매일 몸이 아픈 이야기인데, <고통>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교수님이 그걸 읽고 나서, ‘고통’이 아니라 ‘통증’이 어울리는 제목 같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게 놀라운 게, 당시 저는 고통과 통증이 어떻게 다른지 구별하지 않는 세계에 살고 있었거든요. 문학의 세계에서는 고통과 통증이 엄연히 다른 거잖아요. 처음으로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 나눠야만 하는 세계에 들어왔고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그때부터 습작을 시작했어요.


좋아하는 작가는 무척 많고 늘 바뀌어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긴 어려우나, 단편을 잘 쓰는 작가한테 매혹되는 것 같아요. 국내는 오정희 선생님이나 김승옥 선생님의 초기 단편 같은 거. 외국 작가에서는 레이먼드 카버나 존 치버, 요즘은 준파라이라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인도 작가가 있어요. 단편의 신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그 분의 단편을 읽으면 찬탄해 마지않아요. 최근에 나온 단편으로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 있는데, 참 좋아요.


음, 소설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맞지만, 직업란에 소설가라고 쓴 경우는 없었어요. ‘가’를 붙이는 건 일가를 이룬 사람에게나 붙일 수 있잖아요. 출입국을 할 때 직업을 왜 써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대개 점을 찍거나 회사원이라고 써요. (웃음) 마음껏 돼 보지 못한 직업을 쓰는 편이죠. 직업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건 맞지만, 내 직업이 소설가 인가는 의아해요. 언젠가는 소설가라고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어요.


왜 소설을 쓸까, 늘 자문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이 세상 제가 모르는 곳에 낙하산 줄 같은 그런 얇은 줄로 가느다랗게 연결돼 있다는 느낌 같은 것 있잖아요. 언젠가 썼던 문장을 읽은 분들이 낯선 곳에서 그 느낌을 받는다면 그걸로 우리가 통하지 않았을까. 그런 느낌을 맛보는 순간이 있어요. 그래서 쓰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한편으로 소설 쓰는 게 굉장히 힘든 작업이에요. 주로 몸으로 쓰는 게 80%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장편 하나 쓰면 팍팍 늙고. (웃음) 정신과 육체노동을 같이 하지만, 굳이 꼽으라면 육체노동을 하는 비중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기 싫다가도 저도 모르게 그 소설에 빠져 있게 되는 희귀한 순간도 와요. 그때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잘 안 오지만, 그 분이 오는 순간이 있어요. (웃음) 그 느낌이 짧지만 강렬해서 중독성이 있지 않나 싶어요. 


P.S. 

아마 내게도, 유지 때문이었던 것 같아. 이 책에 빠져 들었던 건. 무엇보다 실종된 열한 살 유지가 찾고 싶었고, 유지를 잃은 이들의 고통이 자꾸 밟혔어. 내가 그만한 고통을 겪은 건 아니지만, 그들의 고통에 자꾸만 눈과 마음이 가고야 마는. 일상으로부터 철거되고야 말았던 그네들의 마음 같은 것. 그러니까, 이런 것이었을 수도. “이 세상은 원래 비현실적인 일이 평화로운 일상보다 훨씬 잦은 빈도로 일어나는 곳이긴 했지만.”(p.306) “타인의 참담이 제 것처럼 아프게 심장을 찌를 수 있다는 사실이 진저리치도록 낯설었다.”(p.269)


물론 마냥 낯선 것은 아니지만, 열한 살, 같은 나이의 은정이에 대한 기사가 떠오른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어. 영구 미제사건으로 될 상황에 처한 은정이. 지난 2008년 5월, 열한 살 은정이에게 닥쳤던 비극. 괴한 두 명에게 끌려갔고, 보름여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야 말았던 열한 살 소녀 말이야. 아마, 너도 봤겠지? 미흡한 초동수사 탓에 DNA채취도 실패하는 등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한 채, 흘러간 1년 반. 열한 살에서 멈춰버린 딸이 차디찬 겨울에 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한없이 마음이 시린 그 어머니의 절규가 아프네.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고 설움이 북받쳐 올라요.” 아마, 은정이 어머니도 옥영처럼 이렇게 가슴을 쳤겠지. 


“나, 밥 먹어.”

옥영이 갑자기 소리쳤다.

“밥을 먹어, 내가. 밥이 들어가, 여기로,”

그녀가 주먹으로 제 빗장뼈를 탕탕 내리쳤다.

“…”

“그뿐인 줄 알아? 나, 화장실도 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 내가 사람이야? 응? 사람이야?”

(p.202)


소중한 것을 느닷없이 잃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무엇. 그 날것의 불행. “불행이야말로 날것의 감정이다. 불행하다는 느낌을 완벽히 감출 수 있는 눈동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p.249) 물론, 그 심정과 마음을 반드시 이해하거나 온전하게 아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 같아. 모든 것이 그렇게 가닿을 순 없는 법이니까. 다만, 모르겠다고 내팽개치거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낭독을 듣고 나선 길, 한 음식점 밖에 집을 둔 새하얀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가 울타리를 넘고 싶었는지, 날 향해 낑낑대더라.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일까. 한동안 녀석을 바라보고 있는 내게, 녀석은 ‘너는 모른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 그래도 녀석에게 귀를 기울이고 싶은 건, 아마도 낭독회를 들은 직후였기 때문일 거야. 평소라면 그저 지나치고 말았을 일이었겠지만, 그 녀석의 표정과 소리에 마음을 기울이고 싶었어. 물론, 나는 녀석을 끝내 모르고 말았지만.


울타리 너머에는 다른 사람이 있고, 다른 세계가 있어. 너를 통해 알게 된 거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그늘과 남의 고통에 마음을 건네고, 몸을 움직였던 너. 아주 가끔은 그런 니가 보고 싶어. 널 더 알고 싶으니까. 울타리 너머의 세계에,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울타리 너머의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녀는 이제 그것이 균형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굳이 그렇게 규정해야 안심하는 자신이 참 비겁하다고도 생각한다.”(p.55) 


[예스24 기고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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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럴리가.
걍, 내가 꾸며낸 이야기다.
이벤트가 있길래, 응모해 봤다.
꼭 영화화 됐으면 하는 소설이 있어서.



영화로 만들고 싶은 문학동네의 소설 :

세계의 끝 여자친구(김연수) 가운데,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영화제목(단편) : < 용산, 아빠의 청춘 >(가칭))


그렇다. 문학도 용산을 이야기했다.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 2009 용산참사 헌정문집 내가 살던 용산등. 영화도, 분명 용산을 이야기해야 할 때다.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다뤄지느냐 하는 태도의 문제, 사건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과 태도다.
 

그렇기에, 나는 김연수의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월, 1년이 지나서야 용산에서 국가에게, 아니 기업국가에게 희생 당한 그분들을 보내드릴 수가 있었다. 2009년 1월은, 그냥 1월이 아니었으며, 그분들을 1년여가 지난 뒤 보내드릴 수 있었던 2010년의 1월도 그냥 1월이 아니었다.

김연수가 용산참사를 접한 뒤 나왔다는 이 단편.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그럼에도 쓸 수밖에 없었기에, 어디까지, 어떻게 할 수 있나를 고민했다는 그 소설. 그것이야말로 문학이, 취할 수밖에 없는 태도다. 영화라고 다르지 않다. 김연수의 분명한 입장과 태도를 다룬 그 소설을 영상화하는 것도 사소하지만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찌할 수 없는 그 슬픔과 미안함과 분노를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작가, 이자크 디네센은 그랬다. “All sorrows can be borne if you can put them into a story or tell a story about them(모든 슬픔은 당신이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한나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1958)에 인용함으로써 유명해진 이자크의 이말.

우리는 용산을, 문학은 용산을, 영화는 용산을 이야기해야만 우리는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영화화가 필요하다. 누군가 이미 준비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김연수의 이 단편이 단편영화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노력해야하고. 김연수가 그렇게 건넸듯.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의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주연으로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는,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이여야 하겠다. 알려진 누군가, 특히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고 떠올리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면 곤란하겠다. 영화의 이야기와 태도가 그의 아우라에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분명하게 뛰어난 연기력과 사회와 용산에 대한 태도를 지닌 이여야 하겠다.

그래서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막 서른 살 생일을 맞이한 한 주인공 '나'는, 장영남이 좋겠다. 뛰어난 연기력을 갖췄고, 대중에게 덜 알려진 배우 장영남. 아마, 아니 분명히, 그녀는, '이 도시에서 맞이하는 하루 1440개의 순간들은 모두 똑같이 아름다웠다. 60초든, 1,000분의 1초든, 모든 풍경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변하는 청춘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소설의 아우라를 확실하게 뿜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헤어진 남자친구? 그러니까 첫사랑이자 택시운전기사인 종현은, 2009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수상한 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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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며칠, '봄비'가 왔다. 꽃샘추위와 함께 나린 비.
감히 봄비라고 붙이기 민망했던 비. 춥다.

그 빗속, 문득 심장이 기억한다.
길모퉁이를 돌다 우연이라도 만나진 못하지만,
다시 만나도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을 것을 알지만,
아직도... 두근두근.

봄, 많이 아팠다.

아팠고, 아팠고, 아플 수밖에 없었던 그 지나간 봄.

함께 지을 수 있는 우리의 말간 웃음이 없었던 유일했던 계절.

 
그래도, 나는 봄이 좋다.
이유? 그냥 봄이니까. 봄봄봄.
그러고보니, 난 싫어하는 계절이 없다. 싫어하는 날씨만 있을 뿐.

지난달 20일, 밤삼킨별 카페를 처음 찾았던 기억.
희한하게, 몹쓸병도 생각났다. 아무도 모를 내 어떤 흔적.


너, 나 보고 싶니... 기억 하니... 아직도.. 두근두근

[현장취재] 『사랑에 다친 사람들에 대한 충고』 더필름


‘몹쓸병’.

수 년 전, 아무도 모르던, 내 첫 블로그에게 부여한 이름.

녀석은 툴툴 거렸을 것이다. 내가 토해놓은 몹쓸 얘기들 때문에.

기억의 토사물을 거르지도 않고 받아냈어야 할 괴로움 같은 것.

지금은 없다. 몹쓸 짓도 오래하면 질려. 녀석에게도 미안했고.


기억을 떼는 가게.

사랑에 다친 사람들이라면,

생각해봤음직한 솔깃한 소리.

미셸 공드리<이터널 션사인>은,

그것을 보여줬으나, 결국 어쩔 수 없더라.

그 기억은 어떻게든 꿈틀댄다.

내 DNA에, 내 몸에,

내 심장에 박혔던 또 하나의 생명.

어쩌란 말이냐. 그 기억 없인 나는, 내가 아닌 걸...

 

실연, 이라고 표현하자.

사랑이 떠났다. 사랑에 다쳤다.

그 처 죽일 놈의 사랑이 내게 번지지만 않았어도.

실연의 아픔. 그러니까, 어떻게든 사랑에 다치고 앓았던 순간. 모든 것은 잿빛이었다.

몸도, 가슴도, 머리도.


그 언젠가, 이렇게 적었지. 말하자면, 실연 극복법!


실연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는, 실연을 현실 그 자체로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마주보며 숨을 쉬고, 그대를 안고서 힘이 들면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시절은 갔다. 실연은 그 모든 것을 추억으로 품게끔 강요한다. 그 강요로 인해 나는 갈증에 시달리고, 길을 걷다 눈물에 젖고, 골방에 처박힌다. 세상 모든 슬픈 노래는 나의 몫이다. 그럼에도 나는 실연을 온전히 나의 몫으로 감당한다. 실연으로 인해 나를 둘러싼 세계의 변화는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실연 이후의 나의 모든 행동과 의식 모두가 그 강요의 극복을 위한 것이다. 실연을 실연 그 자체로 받아들일 때 진정한 극복은 이뤄질 수 있다. 믿지 못할, 아니 믿기 싫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 그것이 내가 실연에 대처하는 자세.


한편으로 실연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왜 극복해야 하는가. 실연은 실연 그 자체로 소중한 경험이다. 실연이 없었다면, 미처 경험하지 못할 행동과 감정이 지배할 것이다. 그래서 실연은 우리 생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 실연을 소중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연 이전의 사랑을 생각하라. 사랑에 고마워해라. 나의 세계가 넓어졌음에. 또한 실연으로 나의 세계가 더 넓어졌음에.


사랑, 참 죽지도 않는 인류의 레퍼토리.

아마 영원히 죽지 않겠지.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또한 사랑과 이별.

왜냐고? 그 사람과 나의 사랑은, 이별은, 세상에 단 하나니까.

어느 사랑과도, 어떤 이별과도 같지 않은 오직 그 사람과 나만의 것.

사랑이 불온하듯, 이별 역시 불온하지. 왜냐고? 모든 것을 바꿔놓으니까.


그러면서도 난 우스워.

하루 종일, 빈틈없이, 촘촘하게, 네 생각만 하던 내가,

내겐 말이야, 온전하게 그 존재만으로도 세상이었던 너였는데,

그렇게 우리, 한때 너와 나라는 우주의 모든 걸 바꿔 버릴 만큼 사랑했는데,

이제 아무 느낌, 욱신거림도 없어. 왜 이러지. 나, 이래도 돼? 당신, 그래도 돼? 


길었다. 괜히. 사랑... 얘기라 그래. 알지?

지난 20일. 펄펄 날던 겨울 추위를 진정시켜 잠시(?) 멀리 떠나보낸 토요일의 햇살 푸르른 오후. 서울 압구정동 B.B카페. 올해로 아마 4년 째, 매년 도란도란 이야길 나누는 내 다이어리 친구의 산모, 밤삼킨별(bamsamkinbul,  http://blog.naver.com/bamsamkinbul)이 빛난다는 장소. 이날, 별빛에 어우러진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준, 『사랑에 다친 사람들에 대한 충고』(더필름 지음|바다봄 펴냄) 저자의 북콘서트 겸 쇼케이스. 더필름. 노래하는 가수이나, 오늘만큼은 책의 저자로 다가오다. 사랑에 다친 사람들에 대한 충고 혹은 위로, 아니 독설(?)이었나. 정오를 약간 넘어선 시간, 자신에겐 정말로 이른 아침이라며 잠을 제대로 못자서 눈 아래 시커먼 원(다크서클)을 그려 넣은 로티(롯데월드 캐릭터)의 모습으로. 사랑에 다쳐본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바보들에게, 바보 같은 이들에게...



더필름의 이야기를, 노래를 듣기 위해 혹은 그를 만나기 위해 맹렬히 달아놓은 댓글들.

어쩌면 감성포엠에세이, 『사랑에 다친 사람들에 대한 충고』에 꽂힌 댓글들.

댓글에 담긴 마음길. 그래서 그 안에는 그 사람이 있다.

댓글로 떠올리는 그 이. 때론 재미있고, 때론 신기하다.


긴 것보다 짧은 게 더 강렬하더라고요. (웃음)

바다봄(출판사)에서 웃으면서 (댓글을) 넘겨줬는데, 밑줄 그으면서 읽고, 테마를 잡아봤어요. 첫 번째 분, 무척 강렬했어요.

‘사랑에 대한 고질병이라고요? 없다고 볼 수밖에요. 21도짜리 소주 댓병으로도 치유되지 못하는 것 아니에요?... 사랑에 다친 사람들에 대한 충고라뇨?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겠지요.’


처음 느낀 건, 이건 혹시 분노? 헐~ 왜 이리 분노에 차 있을까.

다시 읽어보니, 흠.. 이 책의 주인공에 어울리는 분이 아닐까.

상당히 강렬한 분노가 느껴지긴 해도, 나도 그런걸 뭐.

분노가 있어야 글도 써지고, 음악도 나오거든요. 

이 분 덕분에 영감을 받았어요.



잠깐 돌아가자면,

감성포엠에세이의 탄생 비화.

미니홈피에 글을 썼어요.

3년 전 헤어진 사람이 있었는데, 소주 21도짜리 댓병을 마시고, 에잇...


처음부터 충고하겠다고 쓴 것? 천만에!

사람들은 그래요. 충고가 아닌 위로가 아니냐.

제가 생각하기도 위로가 맞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잘 안 볼 거 같아. 제목이 자극적이어야 당신들도 볼 거잖아요.

도전을 불러보는 제목으로 가자! 이놈은 대체 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기에...

그러니까, 낚시질?


“‘사랑에 다친 사람들에 대한 충고’라는 글을 책으로 펴내자는 제의를 처음 출판사로부터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머릿속에 든 생각은 ‘내가 그럴 자격이 되나?...’였습니다. 충고라니. 세상에서 가장 사랑에 바보 같은 사람일지 모르는 내가 충고라니. 사랑에 관한 내 개인적인 오답노트를 공개하는 거잖아요. 창피했습니다. 저는 물어봤지요. "제가 그럴 자격이 됩니까?" 그랬더니, 출판사 측에서 웃으면서 "물론이죠, 됩니다, 되고 말구요.." 하시더군요. 왜 웃으셨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아 보이는 내 질문에 웃음이 나신 걸까요?”(p.344)


(사랑의) 상처에 많이 데여서 날카로운 턱 선을 가진 가녀린 이미지를 상상해요?

예민하고 섬세한 그런 전형적인 이미지?

고생 안 해봤을 것 같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동글동글해서.

그렇다고! 상처가 없는 것 아니에요. 섣부른 선입견은 금물.


알죠? 선수들은 외려 충고를 잘 안 해요.

책의 전체 테마로 잡은 것 중의 하나가 바보. 저 같은 바보가 많은 것 아닐까.

그런 분한테는 제가 먼저 아파본 사람으로서, 특정화된 사람들에게 향한 충고는 맞지만.

오늘 제 홈피(www.cyworld.com/mightbe)에 들어가서 ‘사랑에 다친 사람들에 대한 충고’를 포스팅 했어요.

딱 3000회 때, 봤어요. 기분 좋더라고요. 3000회의 바보들. 우린, 그렇게 바보들.



“어쨌든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은

나 같은 바보들일테지요.


어쨌든 이 책을 보며

옛 기억에 젖은 사람들은 바보들일테지요.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한 장면이라도 저와 같은 추억을

떠올린 사람들도 바보들일테지요.


어쨌든 이 책을 연인에게 넌지시 건네 놓고

아닌 척, 쿨한 척 얘길 꺼내는 사람들도

바보들일테지요.


어쨌든 이 책을 가져와

‘따뜻한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읽어야겠다’ 싶은

당신도,

나도, 

우리도,

바보...들 일 테지요.


맞 죠?

맞 지 요 ?


.. 아닌가요?

바보들만 읽으세요.

바보가 아닌 사람은 읽지 마세요.


이 책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보들에게 바칩니다.” (p.347)


한 곡 들려드릴게요.

저 원래 상처 안 받고 해피하게 살았던 사람인데. 하하.

지금 3집을 내서 활동 중인데, 1집이 되게 순수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2~3학년 때까지 썼던 글인데, 이런 곡을 썼어요.

상처 받기 전 음악이에요. 이후 상처받고 상처가 깊어지는 단계로.. ㅎㅎ

이루마와 친구인데, 이루마의 앨범에 들어간 곡이기도 하고, 제목은 ‘드리밍 보이’.

당시엔, 이런 감성을 갖고 살고 있었어요. (음악 ♪)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노래


봄. 제일 좋아해요.

그래서 봄엔 아픈 얘기를 넣기 싫더라고요.


“잘 해보면 된단다 -

동서고금 막론하고 싫어하는 사람과

맛난 식사 하러 나오는 사람 없다는 것 -”


“그 사람이 정말 그 음식을

좋아해서 나오는 걸 수도 있잖아요.”


“어허, 이 바보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p.98 추억 IN SPRING 중에서)


댓글을 보고 테마를 만들고, 분류법을 했어요.

어떤 분은 단계가 아직 겨울이에요.

첫사랑이 그리우면 겨울. 

봄은 막 시작한. 뭔가 아시는 분들은 여름. 소주 댓병은 가을. (웃음)

가을을 뛰어넘어 도인 같이 이런 분들은 늦가을(후유증).


이쯤에서 겨울 감성에 어울리는 곡을 들려드릴게요.

먼저 낭독. “기억 IN WINTER 겨울엔 그 사람이 한 없이 그립습니다. 겨울엔 조금 아픈 기억들이 생각납니다. 겨울은 그 사람의 생일이 들어있는 계절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감정이 생기면

마음은 땅에 붙어있질 못해


아무리 묶어두려 해도

하늘로 붕 -

뜨려는 습성이 있어


많이

다쳐봤으면서,

많이 

아파봤으면서,


다시는 올라가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울며 다짐 했으면서

마음은 마치 풍선과 같아 (p.50, 기억 IN WINTER 중에서)


이어진 곡은 ‘안녕’. “니가 보고 싶을 땐 난 이렇게 말해...♪ 안녕...♩”


이 노래,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왠지 노래만 들으면 사랑 많이 해 본 사람 같고, 상처 엄청 입은 사람 같고.

전 이게 풋사랑 같더라고요. 이때가 예쁜 거 같아요.

상처 받고 나서 사랑에 대한 주관이 생기면 삼신할머니가 와도 전혀 굴하지 않고 자기만의 논리를 펼 때가 와요. 누구나 한 번씩은 겪어봤잖아요. 번호 지웠다 살렸다...


이런 분도 있어요. “고질병이라서 처방전도 없는 거 같아요. 이젠 아프면 또 시작이구나, 하며 무덤덤해 지는 게 슬프군요.”

이 단계는 후유증이에요. 이런 분들은 한 바퀴가 도는 거죠. 사이클.

전 지금 가을과 늦가을 사이인 것 같아요. 가을에서 다시 풋풋한 겨울로만 갈 수 있다면 그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텐데. 이 단계에서 삐뚤어질 수도 있거든요.

후유증 단계를 보면 동병상련이 느껴져요.



가을에 맞는 노래가 있어요. ‘누구시죠’.

책 사신 분도 있겠지만, 이런 공연은 뭘까, 궁금해서 오신 분들도 있잖아요.

지금 들려드리는 곡은 음원이나 컬러링으로 찾아볼 수 없어요.

책을 사시면 보내드리는. (웃음)

책 내고 만든 곡이에요. 메일로 보내줘요.

CD로 안 보내준다고 악플 다는 분 있다는데, 이건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웃음)


(음악 ♪)


어때요? 

앞서 불렀던 ‘안녕’과 감성이 같으면서도 다르죠?

이 노래 가사 써놓고 마음에 들었어요. 보통 가사와 멜로디가 같이 나오는데, 이 곡은 처음에 누구시죠? 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았어요. 비슷하죠? 아시나요~ (웃음)


이런 노래에요.

정말 좋아했던 사람 사진을 보고 얘기하는 거예요. 근데 그 사진이 갑자기 낯선 거야.

오그라들죠? 제 책을 보면, 오그라든다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 하하.

저만의 감성을 표현한 거예요. 실젠 늘 그렇진 않아요.

누구나 혼자 추억할 때는 자기만의 감성이 있잖아요.

이 가사를 쓰고 너무 슬펐어요.

이 사진을 보고 낯이 선 걸 떠나, 너 누구냐고 덤덤하고 말하는 것에...


이런 댓글이 있네요. “저 지금 많이 아파요. 누구는 사랑도 익숙해진다는데 점점 더 아파요. 그래서 사랑이 두려워요...”


전 애인 없이 ‘공식적으로는’ 3년이 됐어요. 가슴 설레고 이런 건 없어요.

‘이 사람이랑 헤어지면 나도 이제 삼십대 후반인데...’ 그런 두려움이 아닐까요.

서른 셋 넷 정도 되면 결혼이 아니면, 두려운 단계인 것 같아요. “처방전을 받고 싶어요. 훌훌 털고...” 그렇게 말씀 하셨으면서 처방전 받으러 안 오셨어요. (웃음)


오늘 노래도 많이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되레 재밌네요. 하하.

제가 연예인이라는 생각은 안 해요. 연예인 이전에 곡과 글을 쓸 때 행복한 사람이거든요. 연예인이라고 생각하면 내 마음이 떨어질 거 같아요.


제가 가장 열심히 하는 일 중 하나가, 1촌을 맺어서 답글 열심히 달고, 사는 얘기를 듣는 거예요. 1촌을 하자고 말씀 드리는 거예요. (웃음) 

사랑에 다친 사람들에 대한 충고...

계절마다 한 번씩 하려고요.

봄엔 봄에 맞는 얘기, 겨울엔 겨울에 맞는 얘기하고. 제가 들려드리고 싶은 노래를.

오늘, 첫 발을 내디뎠어요. 봄에 이런 식의 북콘서트는 없지만, 이런 감성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심 되고 콘서트는 할 거에요.



근황인데요. 3월말에 두 번째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데니안이 피처링을 해주는데, 그 곡으로 두 번째 에피소드 활동을 할 거고, 슈퍼스타 K의 서인국씨와 작업을 하게 됐어요. 3월 아닌 그 다음 싱글에 타이틀곡으로.

소녀시대의 한 멤버와 듀엣곡도 부르고, JYP와도 작업을 하고 있어요. 랩곡을 써달라는.

요즘 의욕적으로 재밌게 하고 있어요. 제 음악적 근간이 변하는 일은 없을 거고요.

마지막으로 요즘 홍보하는, 겨울 아닌 봄 같은 노래, ‘아직도.. 두근두근’ 들려드릴게요.


나는 소망한다, 이별해도 사랑하기


더필름이 주는 충고? 위로? 독설은 여기까지.

그리하여, 나도 마무리하자면,

사랑에 다친 사람들이 또 다른 누군가와 사랑할 수 있길.


사랑에 다쳤다고, ‘내겐 더 이상 사랑 따윈 없어’라며 자폭하는 것보다,

다친 상처․통증 감내하고, 다시 사랑하는 거. 나와 당신 모두.


더 가능하다면,

만남의 기술보다 이별의 지혜가 있는 사람이 됐으면.

만남이 우연에 의해 조작된다면, 이별은 의지가 작동하는 법.

살다보면, 이별이 필요할 때도 찾아오기 마련.

진즉 끝냈어야 할 것을 질질질 끄는 이별, 완전 나빠.

사랑하는 동안, 다 쏟아. 어설프게 꼬리를 남기고 마는 애정, 완전 나빠.

“가장 슬픈 이별도 나쁜 지속보다는 낫다”는 말, 그래서 왕공감.


그럼에도, 예전에도 언급했듯이,

방금 한 말, 글머리에 씨부렁거린 말, 말짱 관념의 퍼즐 맞추기. 즉, 허섭한 머리놀림.

사랑이 그러하듯,

실연 또한 교훈적이 아닌,

실존적으로 하는 법.

사랑에 다치게 만든 그 작자(?)가 다른 누군가와 행복하길 빌어줄 수 있는 건, 아마 일백만 년이 지난 후.


실연.

세상 무엇도 그 무게감을 이겨낼 수 있는 건, 장담컨대 없다. 잘못이라면 시작했다는 것!

흑, 그러나 세상 모든 연애가 그렇지 않더냐.

변할 것 빤히 알면서도, 세월의 풍화작용이 모든 감정의 결을 깎아낼 것을 알면서도, 무모하게 감정을 배팅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겪었고, 겪을 사랑이 아니더냐.

당신의 사랑, 돌아보라. 그렇지 않은 적 있나?

아니라고? 그럼, 그건 사랑 아니다. 장담한다.


실연. 

폭탄이다. 나는 이 말, 철저히 동의한다. “세상의 모든 일 가운데 가장 슬픈 것은 개인에 관계없이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연인과 헤어진다면 세계는 그를 위해 멈춰야 한다.” ‘트루먼 카포티’가 자신의 소설에서 읊은. 그건 세계가, 우주가 빅뱅하는 거다. 한 우주가 사라지는데, 오죽하겠나.


그렇다. 실연의 아픔은, 사랑의 시작이 언젠가는 스러질 운명과 함께 한다는 단순한 섭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에서 비롯된다. 사랑에 다친 사람의 잘못도 엄연히 있다. 그 섭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 실연은, 알면서도 준비할 수 없는 벼락같은 것. 비 올 것을 알았으면서도,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것.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에 다친 사람들에 대한 충고? 위안? 독설? 커피 만드는 내가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건, 이탈리안 로스팅을 한 독한 에스프레소의 엑기스를 뽑아낸 리스트레또(ristretto). 아마, 그 검은 액체가 당신을 지독하게 감싸줄지도. 아니라면? 딴 거 없다. 뽑은 거, 내가 대신 마신다. ^^; 



알코올만 취하는 것, 아니다.

커피에 취해, 이렇게 내뱉을지도.

너, 나 보고 싶니... 기억 하니... 아직도.. 두근두근


[예스24 기고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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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현재 서식지 근처의 다리, 한남대교.
경찰과 119, 수상안전요원들을 비롯해 시민들이 북적거린다.

뭥미?
빠꼼 고갤 내밀어 경찰에게 물었다. "무슨 일?"
심드렁하게 답한다. "사람이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아, 갑자기 아득해진다.
다리 한 번 쳐다보고, 물 한 번 쳐다본다.
저 거리. 물리적으로 잰다면, 글쎄 한 30미터? 50미터? 잘 모르겠다.
고개를 한 번 들었다 놓았다 하면 충분한 그 거리.
그 거리가 누군가에겐 세계를 들었다놨다할 거리가 된 셈일까.

누가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 모른다.
인터넷을 뒤져봤지만, 어떤 뉴스도 정보도 없다.
어제 처음 물어본 뒤, 한참 지나 다시 물어봤지만, 경찰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정확힌 모르겠지만,
아마 찾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지금 고인이 됐을 것이다.

어제 새삼 경험한 이물감은,
같은 공간에서 한 세계가 그렇게 무너져버렸건만,
다른 세계는 그 세계의 무너짐에 무심한 듯 웃고 떠들고 달리고 걷고.
카페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풍경.
지척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노래가 흐르고, 사람들의 왁자찌껄함은 여전.

물론,
다른 세계도 아주 조금씩 균열을, 그 슬픔 혹은 아픔을 어떤 식으로든 감내하리라.
한 세계의 무너짐과 아주 무관한 세계를 살고 있는 건 아니니까.
뭣보다,
누군지 모르겠으나, 그 세계의 무너짐으로 당면한 슬픔을 감내해야 할 남아 있는 사람(들)이 밟힌다.

그 거리를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은 저승과 이승의 거리.
그 물은, 입 속의 검은 잎이었던 걸까.



3월7일 새벽, 21년 전.
기형도는 뇌졸중으로 세계에 작별을 고했다.
그만의 절박한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꽃샘추위가 봄 기운에 취하는 것을 막기 때문일까.
어떤 한 세계의 무너짐이 기형도를 깨웠기 때문일까.

기형도는 더 버티고 견뎠어야 옳다. 예술은 그래야 한다.
요절은 일종의 최면이다. 그것이 환기하는 심리나 정서는 강력하다.

죽음에서 기형도를 파생하는 건, 너무 익숙한 클리셰지만,
기형도의 시 곳곳에 박힌 죽음은 어쩌면 버티고 견디기 위한 몸부림이 아녔을까.
궁금하다.
검은 잎 속으로 뛰어들어야했던 몸부림은 얼마나 치열했을까.
우리는 어떤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일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기형도는 봄이다...
3월7일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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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찾습니다."
요리를 '잘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제목 그대로, '좋아하는'.

눈물 짤랑짤랑 흘리며 봤어요. ㅠ.ㅠ <줄리 & 줄리아>.
뭐 이유는, 감동적이어서 그런 건 아니고, 좋아서, 사랑스러워서!
참으로 므훗해서 흐르는 그런 눈물, 아시죠? 괜스리 입가에 미소가 방긋하는.


당신도 좋아서 막 깨물어주고픈 그런 영화 있죠?
최근 제겐 <줄리 & 줄리아>가 그랬다죠. 아잉. 쪼아쪼아.
1년 여 전쯤 봤던 <다우트>의 메릴 스트립과 에이미 애덤스가 다시 재회한 영화.

<줄리 & 줄리아>를 보면서 든 생각이 뭐~였게요?

아, 나도 전설의 프렌치 쉐프, 줄리아(메릴 스트립)가 되고 싶다...
그래, 나도 요리 블로거, 줄리(에이미 애덤스)가 되고 싶다... 가 아니공,

내가 좋아하는 것에 폭 빠져서, 책을 내고 싶다...
유명 블로거로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 도 아니공,

짜잔~ 그렇다면, 뭣이다냐.
폴(줄리아 남편, 스탠리 투치)이, 에릭(줄리 남편, 크리스 메시나)이 되고 싶다.
꼭 제가 남자여서만은 아니겠지만,
좋아서 요리하는, 요리를 좋아하는, 줄리아와 줄리의 모습도 사랑스러웠지만,
뭣보다 이들의 무쇠같이 든든한 지원군이고픈 생각이 간절하게 모락모락.



요리랑 복작거림시롱 삶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키우는, 자신의 여자를 위해!
그들의 요리를 맛봐주공, 요리사를 위해 주방보조가 되는 남자들. 
아,
폴과 에릭은, 그야말로, 멋진 남자들인 거 있죠. *_*

요리? 잘할 필요도, 이유도 없어요.
전설의 프렌치 쉐에~ㅍ이 되라는 말도 안 해요.
365일 동안 총 524개의 레시피에 도전하라는 말도 안 해요.
그저 딴 거 없어요.
우리가 먹는, 땅·바람·비·해 등 우주의 모든 기가 모아진 식재료에 감사하고,
그것에 또한 노력과 땀을 담아 농사를 지어준 농부에게 감사할 줄 알며,
요리하는 즐거움과 함께 먹는 즐거움을 아는 여자. 
그렇게 요리를 좋아하기만 해도 돼요.

요리하는 기쁨, 요리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돼요.

난 그런 내 여자를 위해 기꺼이 주방보조가 되어서,
내 여자가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커피를 만들어주고 싶었어효~

"먹는 것이 곧 사람이다."(
《프랑스 스타일》(미레유 길리아노 지음)).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요리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아는 당신!
당신은 나의 쉐에~ㅍ
감히 그런 당신에게 제가 데이트 신청 들어갑니다효~

그리하여,
펴엉생, 그런 당신의 주방보조가 되고,
그런 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커피를 뽑는 사람이 되어도 좋으니,
그런 당신, 있나효?
나는 당신의 폴이자, 에릭이 될게효~

그런 우리는 말하자면,
당신은 나의 쉐프, 나는 당신의 바리스타.

그런 당신에게, 이말을.
You're the butter to my bread and breath to my heart!

아, 소심하게 이말도...
Bon appétit!

이 영화, 한 번 보세요. 당신에게 왕추합니당~
울 엄니 아빠께도 보여드렸는데, 참 재미나게 보셨대요.
물론 요리 잘하는 아내를 둔 울 아빠는 아마 저 같은 생각은 안 하셨겠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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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질 수 없는, 버려져선 안되는 생의 사랑 by 필감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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