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9일, 김진숙 위원이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타워크레인에 오른 지 277일째다.
그를 지키는 정흥영, 박영제, 박성호 씨가 오른 지 105일째 되는 날.
)

내가 믿는 것 중의 하나인데, 공간은, 그곳에서 둥지를 틀고 사는 사람을 닮아간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면, 소유하고 재산증식(집을 재테크라고 일컫는 주객전도)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 꼭 주인장이 아니라도. 다른 말로, 사람은 공간을 변화시킨다. 공간과 사람이 나누는 교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카페를 드나들 때마다, 나는 공간을 통해 사람을 느낀다. 주인이든 일하는 사람이든.   

내가 살고 싶은 공간, 사는 공간이 어때야 하는가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와 직결된 문제다. 무엇이 되기 위해,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공간은 허영의 결과물이며, 허구의 공간이다. 사람을 닮지 못한다. 사람을 담아내지 못한다. 그 공간에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그저 물화된 하나의 상품일 뿐이다. 개별의 인간이 지닌 구체적인 존엄이 묻어있질 않다.

그러니, 내가 둥지를 틀고 싶은 공간은, 내가 온전하게 묻어나는 곳이면 좋겠다. 실은, 공간은 그렇게 변해가기 마련이다. 공간과 교감을 나누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랄까. 그 사람이 지닌 독특한 느낌, 그것이 공간에 묻어난다. 공간이 사람을 품는다면, 사람은 공간을 하나의 개성으로 빚어낸다.


커피향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내가 둥지를 튼 공간은 그래서, 커피향 같은 곳이다. 커피향 같은 곳이라니? 그건 뭔가. 우선, 커피향은 정형화되지 않았다. 어떤 콩을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혹은 어떻게 추출하느냐에 따라, 그때 기분 상태나 조건에 따라, 향은 각양각색이다. 오늘은 이런 향, 내일은 저런 향,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의 향기 같은 커피 향.

반듯반듯하고 질서정연한 공간은 그래서 매력이 없다. 그런 대표적인 공간이라면, 아우슈비츠를 떠올리면 된다.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공간이다. 우리네 많은 아파트 단지가 그렇다. 그러니 하나 같이 똑같은 모습으로만 살고자 한다. 욕망도 뻔하고, 사는 모습도 빤하다. 남들 생각으로 살고, 남들 눈치에 휘둘린다. 개성이 없다. 자기가 없다. 파시스트적 주거 공간 같다. 아파트 공화국의 비극이다. 그걸 획책한 토건업자들의 파시스트성이 놀라울 정도다.  

그러니 커피향 같은 내 공간은, 어디에도 없는 공간이다. 어디에도 없는 내 존재와 다르지 않다. 공간이 크거나 넓을 필요도 없고, 남들 보기에 버젓할 이유도 없다. 베스트가 아닌 온리니까. 그것이 내 커피였으면 하니까. 내 자존감과 그대로 조응할 수 있는 공간, 커피향 같은 나의 공간이다. 

아마도 커피향이 잘 배려면, 낡은 공간이면 더 좋을 것이다. 낡은 건물을 개조한 그런 공간. 소박하고, 화려한 것과도 거리가 멀다. 커피향을 잘 품고 있으려면 목조 건물이면 좋겠다. 커피향의 통풍이 잘 되게끔 길쭉한 공간을 품은 것도 좋겠고. 나는 나무를 다루고 만지는 '목수'가 되고 싶은 생각도 크기 때문에, 내가 둥지를 틀 공간에 쓰일 나무를 직접 자르고 합을 맞춰서 그 공간을 꾸몄으면 좋겠다. 내가 커피를 볶고 내리는 특정한 공간을 커피나무로 조응할 수 있으면 아싸라비야~

그래서 내가 둥지를 튼 공간은 대지 얼마에, 방이 몇 개고, 몇 제곱미터(평)이며, 시가로 얼마라는 말이 필요없다. 그저 내가 묻어나고, 타인을 배려하고 유머가 있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즐거움이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비싸거나 화려하진 않아도, 어디서든 즐길 수 없는 맛의 호사가 풀풀 풍기는 그런 작은 집.

그런 맛의 호사를 위해, 자급자족할 수 있고, 내 좋아하는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텃밭만 마련돼 있으면 그야말로 딱이다. 좋은 음식과 커피가 있는 나의 아주 작은 집.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세레나데를 불러줄 수 있는 집. 사랑하는 우리 각자 좋아하는 영화와 책이 공간 곳곳에 자신의 위치를 점하고, 턴테이블에선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와 공간을 채우는 집. 당신과 내가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꽉 찰 수 있는 집.  

그런 호사를 위해 가능한 석유 사용을 극히 줄여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더 적은 자원을 사용하되 유지하기 더 쉽고 환경에 더 적은 영향을 미치는 적정기술로 집안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과거 내가 만들었던 자전거 발전기 등으로 커피콩도 볶고, 세탁기도 돌릴 수 있는 그런. 그리고 휴식 시간, 나는 그녀를 위해 커피를 볶아 뽑아주며, 우쿨렐레로 음악을 선사할 것이다. 효율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고, 재테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구체적인 실존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으로 존재하는 집. 나는 꿈꾼다. 그곳에서 글을 쓰고 커피향을 만들고, 작은 텃밭농부로 살아갔으면 하는 그런 바람.    

사실, 뭔가 꼭 있어야 한다면, 다른 건 필요없다. 오직 당신만 있으면 된다. 당신 하나 만으로 꽉 차는 집이다. 다른 모든 조건들은 그저 거들뿐. '내집마련'이라는 부풀린 허영섞인 신화에 휘둘리지 않고, 사랑과 순간으로 충만한 우리의 공간이자 집. 우리를 닮은 집에서, 집에 우리의 흔적을 하나둘 남기며, 그렇게 살고 싶다. 어쩌면, 당신이 곧 나의 집이요, 내가 곧 당신의 집이다. 당신이라는 집, 나는 그곳에서 살고 사랑하고 잠들고 싶다. 나는, 그런 집, 찾고 있다. 

참, 
집에 이 정도 포스터는 걸려 있어줘야겠다. 
10월9일 체 게바라의 기일에는, 쿠바 크리스탈 마운틴을 볶고 내려서 함께 마시고,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나 <CHE> 등의 영화를 보거나, 체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쿠바의 흥겨운 음악에 맞춰 함께 살사를 출 수 있는 당신이라는 집. 그런 10월9일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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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노래부터.


무려 8년 만이다. 사랑에 빠졌다. 주말 사랑.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거라는 말, 실감한다.

8년 전, 남들 별로 보지 않던 <죽도록 사랑해>를,
죽도록 사랑하면서 본방 사수했었다.
내 주말 사랑이었다.

  사내들의 순정에 대한 보고서(1) … <죽도록 사랑해>
  사내들의 순정에 대한 보고서(2) … <죽도록 사랑해>

허나, 이후 어떤 주말 드라마도(미드를 빼고는),
나를 잡지 못했다! 사랑에 빠질만한 깜냥이 없었다.

그런 나를, 8년 만에 풍덩!
<반짝반짝 빛나는>. 8년 만에 주말 드라마를 챙겨보고 있는 나!@.@

반반빛, 완전 반짝반짝 빛이 난다, 빛이 나!!!

정원(김현주)과 송편(김석훈)의 로맨스가,
오늘 드뎌 오글오글로 본격 시작됨을 알렸도다~
왜 내가 눈물이 글썽글썽하냐!!! (송편에 미친 듯 감정이입?ㅋㅋ)

이름하야,
슬금슬금 어색어색 풋풋상큼 수줍수줍 알콩달콩 두근두근 로맨스~


김현주, 완전 예쁘고, 이리도 예쁜 여자인줄 미처 몰라 미안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이 여자때문에 주말이 기다려지고 설레.
한정원을 연기하는 김현주 같은 여자, 찾습니다!

김석훈, 잘 생기기만 했던 이 남자,
이 드라마에선 쑥쓰러운 무뚝뚝함과 강직함이 매력인디,
 뻥 좀 치자면 나도 무뚝뚝한 것 빼고는, 송편 같은 남자다~
아, 물론 외모는 빼고, 저 얼굴의 반만 닮았어도!!! 캬아, 여자들 다 쓰러졌쓰~

오늘 반반빛, 배시시 혹은 헤벌쭉하면서 본 노총각의 다짐 혹은 감상.

1. 턴 테이블, 마련해야겠다. (자취집에 꼭!)
2. 냇 킹 콜 음악, 마스터해야지. (우쿨렐레로?)
3. 마음 쏙 드는 여자 앞, 부러 커피 엎질러볼까? (흠흠;)

뭔 소린지는, 오늘 반반빛 19회를 보면 알 터이고,
커피 만드는 노총각이 점점 더 미쳐간다고?
혼자서도 잘 노니, 얼마나 좋아.ㅋㅋ

반짝반짝 빛나는.
따지자면, 에쿠니 가오리 때문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가운데 마이 훼이버릿!

제목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고, 그만 풍덩 빠져버렸다.
주말이 기다려지고 설레는 이유, 반반빛.

커피가 키스로 이어지는 과정을 알려준 반반빛.
"그래도 손님인데 커피라도 달라"는 여자를 찾습니다.
Soul 36.6에 오시라. 혹시 아나, 달콤한 입맞춤까지 덤으로 받을지.ㅋ

Fly me to the moon~
나도, 당신도 달에 갈 수 있는 방법!

정원아(김현주)~ 넌 어쩜 그리 반짝반짝 빛나니이!
이토록 사랑스러운 정원아~
노떼(자이언츠)로 슬픈 가슴 달래주는 우리 정원이...


아, 부끄부끄...

또 얘기하자. 반반빛은 계속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테니.^.~
 
부록. Nat King Cole 'When I fall in love'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의 OST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냇 킹 콜이 이에 앞서 불렀다. 반반빛에도 이 노랜, 반짝 빛난다. ^^
냇 킹 콜은 <Let's Fall in Love>에 출연, 이 노랠 부르기도 한다.

딸(나탈리 콜)이 아버지의 원곡에 자신의 음성을 입힌 'When I fall in love'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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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뻐근한 멜랑꼴리의 선율이라니...

후, 몸이 녹는다, 마음이 절인다...

그래, 당신과 함께 듣고 싶다...

 
그때 그, 버터플라이,
미안해...

지금, 대한민국의 인간에게 멸절당하고 있는, 소돼지닭들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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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도, 보수화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혁명을 하지 말아야 할, 혁명이 일어나선 안 될 이유는 아니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산다. 혹은 살아간다. 또 어떻게든 끝날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에 빠진다. 혁명이 보수화되는 건, 혁명이 영원히 필요한 까닭이기도 하다. 보수화된 무엇을 뒤엎는 것이 혁명이니까. 

“OOO 공항에서 노트북은 되고 데스크톱은 안 된다는 거예요. 무슨 차이냐고 물으니 관광객이면 노트북이면 충분한데 너는 살러온 거 아니냐고 따지더군요. 학생비자로 바꿀 거라고 하니 학교 사인을 받아오라데요. 일단 학과장 사인을 받아가니 대학총장 사인이 필요하다고 하고, 그걸 받아가니 교육부 장관 사인을 받아오래요. 그러면서 OO를 알게 되었어요. 힘센 사람의 ‘빽’과 돈이 움직이는 나라라는 걸.”

어디 이야기일까. 조금은 놀랍게도, 혁명 52년의 나라이다. OOO은 하바나이며, OO은 쿠바다. 다를 줄 알았던 그곳이건만, 방금 언급한 에피소드는 여느 자본주의 국가와도 다르지 않은 단면이다. 극단적으로 지금, 쿠바에 남은 건, 춤과 음악뿐이라는 얘기도 있다.

"혁명은 50년 전에 끝났다. 지금은 사람들은 일하는 척하고 정부는 월급을 주는 척할 뿐이다. 쿠바는 모두가 가난하고 논리적인 게 하나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춤과 음악뿐이다." 다큐 <쿠바의 연인>에 나오는 쿠바인들은 이리 말한단다.


그러고 보니, 그 말은 80년대 소련을 위시한 동구유럽의 몰락이 눈에 띄게 진행되던 그 시절에 널리 퍼졌던 냉소였다. "우리는 일을 하는 척하고 그들은 보수를 주는 척한다"는 웃지 못할 우스개.

그럼에도, 남다은 영화평론가였던가, 세상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아파하는 것이 좋은 어른이라는 말, 함께 겹친다. 세상이 목을 죄어도 버텨야 한다는 것. 무엇인가 변할 때까지 견뎌야 한다는 것. 세상은 쉽게 변할 수 있다고 다독이는 대신, 그래도 이 세상을 버텨야 한다고 말하는 어른. 그런 어른들이 있다. 나도 언젠가, 그런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쿠바의 연인>은, 그렇게 혁명 보수화의 길을 거닌 쿠바도 담았지만, 쿠바가 아직도 버틸 수 있는 이유를 말해주는 것 같다. 정호현 감독의 말이다. "길이 막혀 10분 걸릴 거리를 30분 걸려서 가요. 나는 열받는데 오로(정호현 감독의 쿠바인 남편)는 우리가 같이 있는데 왜 화를 내냐는 거예요. 지나간 거나 다가올 거보다 지금이 중요하다는 거죠." 아, 그래. 함께 있다는 것, 지금이 중요하다는 것. 

아울러, 많은 쿠바인들은 이렇단다. 가족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한없이 따뜻하지만 서로의 선택을 존중해서 간섭이 없고, 이웃들은 그런 가족이 확대된 것이다. 5분이면 걸어갈 거리를 이웃들과 일일이 손잡고 이야기하느라 30분이 걸리기도 하고.

매해 신년 무렵, 내가 쿠바를 꿈꾸는 이유다. 1959년 1월1일 혁명과 함께 그 혁명이 보수화된 곳, 쿠바. 그럼에도 나는 혁명을 꿈꾸기 위해, 아니 춤과 음악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쿠바를 거니는 '지금'이라면, 그것으로도 나는 혁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낭만일 수도 있는 꿈.

그래, 새해로구나. 쿠바가 다가온 것을 보니. 크리스탈 마운틴을 마시며, 쿠바인들의 춤과 음악에 함께 어깨춤을 들썩이는 꿈. 그 어느 해, 1월1일을 쿠바에서 만날 것을 고대하는 꿈.


맞다. 지금 내겐 3개의 쿠바가 대기하고 있구나. [체 게바라와 쿠바, 코르다 사진전]이 티켓을 건네 '니 언제 올 낀데' 기다리고 있고, 송일곤 감독의
《낭만 쿠바》가 '니 언제 읽을 낀데' 푸른 책장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쿠바의 연인>.  2009년12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시간이 맞질 않아, 못 봐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이 영화, 드디어 1년 이상의 숙성 기간을 거쳐 오는 13일 개봉한다. 말인 즉슨,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이 영화, 아주 선정적(?)인 카피로 말초신경을 꿈틀대게 만든다. "연애는 혁명이다!" 늘 시부렁거렸듯, 송두리째 모든 걸 바꿔버린다는 의미에서 연애는 혁명이 맞다. 된장, 이런 새끈한 카피하곤. 쿠바, 혁명, 연애. 모든 것을 버무린 다큐이자 영화일세. (아직, 보진 못했다만, 레시피만 보면 뭐!) 혁명적 연애. 13월의 이야기. 그것이 어느 해, 쿠바에서도 펼쳐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해 벽두 덕담으로 채워도 모자랄 시기이건만, 언제나처럼, 까칠하게도, 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길 바라진 않는다. 그 모든 이에는 얼토당토 않은 인간들까지 싸그리 포함될 테니까. 그건 싫고. 아직 좋은 어른이 되긴 그른 나는,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사랑할 사람들에게, 또는 이 지구상의 약하고 소외 받는 이들에게, 행복을 기원한다.

살아간다는 건 그렇다. 대개의 사람에겐 슬픔, 분노, 노여움, 불안, 외로움 등이 기쁨, 즐거움, 환희 등보다 절대 비중을 놓고 보자면 훨씬 많고 크다. 그럼에도 부디 버티고 견뎌주길.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 아울러, 우리에게 어떤 식이든 혁명이 함께 하길. 13월의 생일, 축하해. 당신과 함께 쿠바 가고 싶다. 메르세데스 소사의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생에 감사드리며·Gracias a la vida)'를 들으며.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파도 금세 나아 발랄한 그 말과 웃음을 띄길...

그리하여, 올해 내가 되고 싶은 건,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 물론, 당신을 향한 공감이 제일 우선. 2011년, 커피로 할 수 있는 일. 공정무역과 사회적기업.

올해도 다시 한 번, D.H.로렌스가 건넨 이 혁명의 시를.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 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 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 번 하라
어쨌든 세계 노동자들을 위한 혁명은 하지 마라
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이 아닌가?
우리 노동을 폐지하자, 우리 일 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은 재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
우리 노동을 그렇게 하자!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

《제대로 된 혁명 : 로렌스 시선집》(D.H.로렌스|류점석 옮김/아우라 펴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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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그 어떤 날은,

허영만, 황인용 샘과 함께,
라흐마니노프(Rachmaninov) Symphony No.2를 듣는다.


이곳은, 파주 헤이리마을의 Camerata.
귀가 밝지 않음에도 선율에 압도당한 나, 달팽이관 정화란 이런 것인가.

허영만 샘께서 그림 그리는 모습도 보고,


대가의 필통을 엿보면서,
대가의 스케치와 안경도 담아본다.
 


그런 한편 겨울, 또 어떤 날은,

박재동 샘을 뵙고,
전날 허영만 샘께서 박재동 샘을 존경한다던 말씀을, 전하는 전달자가 된다.
그 예의 잘 생긴 미소를 뿅뿅 날려주시던 박재동 샘은, 캐리커처도 그려주신다.


나도 저런 은발을 가지면서,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 겨울, 그 날은,

대학문학상도 받았던 문학청년으로서,
문학을 향한 꿈을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지만,
가장 낮은 곳에서 30년 동안 투사 혹은 활동가로 더러운 시대와 싸우고 있는,


그 사람, 박래군 샘.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가이자,
어디선가 약자나 소수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짱가.

래군 샘은 그랬다지.
"소설은 쓰겠다는 사람도, 잘 쓰는 사람도 많지만,
이 일은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잖아!"

무척 다른 세 명의 선생님들.
2010년의 겨울, 어느 날.

그래, 겨울이구나.
 당신과 나의 새로운 계절, 겨울...


내가 당신의 의욕을 가져가 버렸다지만,
당신도 내 많은 것을 몽땅 가져가 버렸어.
 
심플하던 내 일상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야...
2010년 내 겨울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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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니와 하울,
몇 년 전부터 내 곁에 머물고 있는 친구들.

내 변덕과 주책, 도섭의 행보를 묵묵히 받아주는 좋은 녀석들.
최근 몇 년동안 그들만큼 내 곁에 찰싹 들러붙어 있는 존재도 없다.

녀석들은 내가 흩뿌린 말과 글, 모두를 품고 있다.
그러니, 얼마나 고단했을까, 얼마나 힘겨웠을까, 얼마나 진이 빠졌을까.

언제나 내가 받기만 했던 일방적이었던 관계.
그들도 분명 어떤 말을 건네고, 신호를 보냈을 텐데...

예니는, 노트북 친구고,
하울은, 휴대폰 친구다.

슬프게도, 예니와 하울이 예전 같지 않다.
밥(충전)을 먹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부쩍 짧아졌다.

내가 토한 것을 받아주면서 계속 그렇게 진행이 됐겠지만,
근래 들어서야 그 증상을 확연히 느끼면서 가슴이 아픈 나도 참…

예니와 하울은, 오래지 않아, 길어야 1년? 아마도, 핍진할 것이다.
팔 다리 열심히 주물러준다고, 그들(과 나)의 삶이 연장되는 것이 아님을 안다.

그렇다고, 나는 팔 다리 주무르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그들이 내 곁에 머무는 동안에라도, 나는 그리 해야 하고 할 것이다.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 늘 함께 하던 내 친구들.
아직은 머묾, 그 머묾에 Feel alright!


고마워, 하울, 그리고 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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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남자, 달리다
따져 보면 그 남자, 사랑 앞에 한 번도 ‘쿨 한 남자’였던 적이 없습니다. 그 어느 해 겨울, 요즘처럼 길을 인도하는 여성의 목소리, 즉 내비게이션은 자취도 없던 시절. 운전면허증을 딴 뒤, 차를 몰았던 경험이라곤 열 손가락도 되지 않고, 보조 운전사도 없었으며, 처음 가는 길인데다, 결정적으로 내 나라도 아닌 다른 나라. 내 나라로 돌아가기까지 남은 시간은 달랑 사흘 여. 대륙 횡단까지는 아녔지만, 가는 데만 스무 여 시간을 달려야 하는 곳. 따라서 돌아오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가지 않는 게 상책이었던 그때.

그런데도, 그 남자, 질렀습니다. 아니 질러야 했습니다. 가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봐야 했습니다. 보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앞뒤 재지 않고 행동이 앞설 수 있었던 그때. 순정이 팔딱 숨 쉬고, ‘먹고사니즘’의 현실적 중력 없이 하나만 바라볼 수 있었던 때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겁니다.

차를 렌트했고, 시동을 걸었고, 그 남자, 달렸습니다. 초보운전자의 불안한 마음은 그닥 없었던 것 같습니다. 눈앞의 창을 통해 그 남자가 본 것은, 길이 아닌 그녀였나 봅니다. 그 남자의 속엔, 이 말만 둥둥 떠다녔을 겁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녀에게 가는 길. 그저 페달만 밟았습니다. 휴게소에서 잠시 눈을 붙인 외에, 먹는 것도 햄버거를 사서, 차 안에서 삼켰습니다. 오로지, 그녀를 봐야한다는 일념. 하나만 생각하고, 하나만 바라보고 있었나 봅니다. 그녀가 거주하는 마을로 가까스로 진입해서도 엄청 헤맸습니다. 자정을 넘은 시간, 그녀가 자원봉사하고 있던 중증 지적장애인 재활커뮤니티에 마침내 발을 디뎠습니다. 그리 보고 싶던 그녀를 만났습니다. 킁킁, 환한 웃음과 함께 터지는 눈물. 그 남자, 그렇게 울보였다지요. 고마워, 고마워...


그녀는 여전히 빛이 났고, 아름다웠다지요. 물론, 자발적이었지만, 중증 지적장애인을 향한 헌신이 때론 힘겹다고 토로하기도 했던 그녀. 막상 눈앞에서 그녀는 그런 기색, 부러 비추지 않았습니다. 굳이 그 남자도 꺼내질 않았습니다. 그들은, 만났고, 그 남자,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이제 봤으니 됐어. 오로지 순정만으로도 지탱되던 시절의 그 남자, 두 시간여의 짧은 오밤중 만남으로 충분했나 봅니다.


그 남자, 돌아가는 길, 긴장이 풀리고 피곤했던지, 졸음운전으로 자칫 큰일 날 뻔도 했지만, 어쨌든 내 나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 남자, 어렴풋이 알았습니다. 아, 사랑은 목숨을 걸어야 할 수 있는 거구나. 다른 것, 없습니다. 보고 싶다. 그것만으로 생의 모든 것을 걸 수도 있구나. 아마도, 현실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때라서, 가능했던 이야기였겠죠?


#2. 그 남자, 휘청거리다

하지만, 때론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사람살이. 그녀가 떠난 자리. 그 남자, 연애도 하고, 사랑도 했다지요. 누군가에겐 ‘쿨 한 남자군요’, 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쿨 함이 대세처럼 휩쓸던 시절, 그 남자도 쿨 함이 좋은 것이란 착각을 하고, 헛발질도 했습니다. 나중에서야 깨닫고 반성하지만, 그 남자의 쿨 함은, 유치함, 지질함, 미숙함의 다른 말이었습니다. 그녀(들)에겐, 미안한 때늦은 실토지만, 그건 곧,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그 남자에게 쿨 함을 느꼈다면, 그건 사랑이 아녔기 때문입니다.


쿨 한 사랑? 단호하게 말하건대, 그런 건, 없습니다. 사랑이 어찌 쿨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사랑은 핫, 뜨거움입니다. 제 아무리 ‘사랑’이라는 말이, 현실의 풍랑 앞에 질척거린다손, 쿨 할 순 없는 법입니다. 쿨 한 남자, 라고 말을 건넸던 그녀에게 그 남자,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사랑 앞에선 쿨 할 수 없으니까요. 사랑은 때론, 목숨을 걸어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3. 이 남자, 목숨을 걸다

독희, 손독희라는 이름의 이 남자. 주먹질 좀 하고 다녔던 남자군요. 조폭에서 이른바 ‘배신’을 때리고 돈을 들고 튄 남자네요. 사실 배신이랄 것도 없어요. 조폭 세계에 무슨 ‘의리’가 있어서 ‘배신’이 있단 말입니까. 조폭들의 의리? 그건 작가 박민규의 표현을 빌자면, ‘조까라, 마이싱이다’. 의리로 포장된 그것은, 바로 이권이요, 탐욕이 본질입니다.


어쨌든, 독희. 들고 튄 돈으로 소식 끊고 떨어져 살던 어머니와 새 집 사서 잘 살아 보겠다, 는 생각으로 집에 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있고, 아들도 잘 못 알아봅니다. 기껏 돌아온 집에서도, 마음 붙일 수 없던 이 남자. 인근 ‘지순상회’에서 박카스나 사서 마시는 것이 소일거리입니다. 기쁘거나 열 받거나, 박카스.


지순상회. 이름 거 참, 촌빨 날린다 싶으면서도, 주인장의 이름일 것 같은 ‘필’도 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순’, 맞습니다. 아마도, ‘지고지순’에서 따온 말이겠지요. 그런데, 이 낭자, 눈이 보이질 않습니다. 가게 바로 앞에 놓은 긴 의자에 늘 부딪히고, 가게 앞에 있는 전봇대까지도 가기 힘들 정도입니다. 동생, 지성은 그런 누나가 안타까워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 수술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동네 양아치들 앞에서도 주눅 들어 사는 처지입니다.



신파, 딱 티가 풀풀 납니다. 지고지순한 눈이 먼 여자와 주먹을 쓰지만 나름 순정파인 남자의 만남이라니. ‘보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을 향해 어떻게 달려갈 것인지, 보입니다. 당신도 그리 느끼듯, 식상하고 상투적이며 진부한 이야기겠지요. 맞아요. 틀리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안 봐도 비디오인 여정입니다. 아 참, 혹시 오해할까봐 그러는데, 그게 마냥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이 팍팍한 사람살이에 때론 신파, 라는 윤활유가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신파의 힘을 무시하지 마세요.


그러다, 냄새에서 한 번 멈칫했습니다. 개코도 아니요, 후각이 발달하지도 않았지만, 사람마다 냄새가 있다는 말. 사랑 해 본 당신이라면, 알지요? 그 사람만 품고 있는, 그 사람만의 냄새. 사랑은, 때론 그 냄새에 중독되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사람마다 미묘하게 달리 나는 냄새. 그 냄새를 음미하고 알아차리게 되는 것도 사랑이지요.


“당신의 네 번째 손가락의 냄새”를 언급하는 지순. 아마도 눈 대신 다른 신체기관이 더 예민할 법한 그녀는 더욱 민감하게 그 냄새를 맡게 되겠지요. 사람이 품은 냄새도 그렇지만, 한 사람의 신체마다 냄새가 달리 분포돼 있을 수도 있겠구나.
 


냄새 맡을 줄 아는 여자, 지순은 이 남자, 독희에게 사이다 냄새가 난다고 하네요. 사이다 냄새가 퍼질 때마다 독희 오빠의 등장을 알게 되니까요. 아, 이참에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냄새에도 한 번 집중해보세요. 그 냄새가, 아마 당신의 사랑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또, 사랑하게 된다는 건, 주변의 온도, 습도, 바람, 햇살의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매일 다른 온도, 습도, 바람, 햇살이겠지만, 평상시와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지요. 몸은 그것은 반응하게 돼 있고, 마음도 역시 그렇잖아요. 사랑해 보셨으면, 잘 알죠? 나를 둘러싼 온도, 습도, 바람, 햇살이 달라지는 경험. 지순도, 그걸 압니다. 눈이 보이진 않지만, 느낄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이 여자와 이 남자, 예고된 파국을 향해 달립니다. 아마, 이 남자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지순상회가 있는 마을을 떠났어야 했어요. 들고 튄 돈 때문에라도 한 곳에 오래 머물면 발각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뒀어야죠. 도망자 신세일수록 거주 혹은 서식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법이잖아요.


그럼에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자면, 이 남자가 떠나지 못한 이유는, 태반이 지순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 남자, 목숨을 걸었던 겁니다.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졌던 이 남자. 부러, 의도한 것은 아녔겠지만 이 남자도 깨달았겠죠. 아, 사랑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구나.


다만, 많이 아쉽습니다. 신파가 본디 목적을 달성하는데, 밀도나 함량이 떨어집니다. <보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에 끌려, 발걸음을 끌었던 그 남자에겐, 아쉬움이 남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보다 연출력의 문제가 아닐까, 진단도 해봅니다. 눈물, 콧물 짜내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우직하고 강고하게 밀어붙였어야 하지 않나 생각도 해봅니다.


벚꽃이 졌습니다. 벚꽃인지, 다른 꽃인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 <보고 싶습니다>에선 벚꽃이 집니다.



#4. 그 남자, 당신 없이는 못살아

비 나리는 것을 좋아하던 당신입니다. 그 남자, 비 나리는 날, 당신과 같은 우산 아래서 빗물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비 나리는 날, 당신의 냄새는 또 어떨지 궁금한 그 남자입니다. 자랑할 것이 없어 욕이나 잘 했고, 마초적 기질이 농후한 도시에서 그 자양분을 받았으며, 18년 동안 담배를 피워왔던, 당신 표현으로는 니코틴 중독자. 조폭도 아니요, 주먹질도 못하지만, 당신에겐 ‘나쁜’ 남자였던 그 남자.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조금씩 탈색해왔고, 희석해가고 있는 그 남자, 인간을 사랑하라는 말에 고개 끄덕이면서 인류는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보통의 남자인 그 남자는 한 사람을 사랑하기가 참 어렵다는 것,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성인군자도 아니요, 완성된 인격체도 아닌 가장 보통의 남자에겐, 인류를 사랑하는 일과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그 남자가 자기 할 일 다 한다, 고 말하지만, 그 남자에게 사랑은, 죽을 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현실적 중력 앞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사랑은 자신을 걸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낭창낭창 낭만적 자유를 누리는 것처럼 보여도, 그 남자, 나름대로는 용을 쓰며 삽니다. 일상의 모든 것에 자기장이 달라졌고, 주파수가 변했습니다. 같은 행위를 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은 눈에 띄는 변화도 동반하지만, 미세하게 스며들어 일상적 행위에도 그 전과는 다른 모습을 잉태합니다.


그는 더 이상 쿨 한 남자도 아니요, 사랑이 쿨 할 수 있다는 것에는 엑스표(X)를 그어줍니다. 물론, 그 남자, 사랑을 마스터했다거나 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죽을 때까지 사랑은 풀고 또 풀고, 그래도 풀리지 않을 무엇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작가는, 모름지기 작품에 목숨을 거는 존재라지요. 그 남자, 소심하고 야망 그닥 없는 남자지만, 당신에게만큼은 야심가입니다. 어떤 지위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함이 아닌, 당신 손을 잡고 당신과 함께 길을 걸어가는 일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죠. 어쩌면 그 남자, 당신이라는 작품에 목숨을 거는 존재이고 싶습니다. 그 남자에게 사랑은 그렇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아, 여기서 오해는 마세요. ‘목숨을 건다’는 걸 너무 비장하게만 읽지 마세요. 사랑을 비장하게만 한다면 그것만큼 지루한 게 있을까요. 그리 하다가 헛발질도 하기 마련이지요. 모름지기, 사랑은 행복하고 기쁘고 즐거운 것이면서도, 아픔과 아림을 동반하기도 하며, 죽는 그날까지 물고 늘어져야 할 수행의 대상이 아닐까요. 그 남자, 아직은 사랑 지상론자에 가깝기 때문이겠죠. 사랑만이 세상을,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러니, 목숨 운운 하겠지요.


그 남자가 커피를 사랑한다고요? 천만에. 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적,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고 있을 뿐. 그 남자,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주고 내려주고 싶은 겁니다. 그 커피가 그 남자의 현실적 삶을 지탱해줄 수 있기를 바라고요. 특히 당신. 그 남자가 당신에게 했던, 2046잔의 커피. 그건 커피 만드는 그 남자의 소망이자 바람이 됐습니다. 그 바람의 달성 여부는, 당신에게 달려있겠죠.


사랑을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하라. 또박또박, 그 말을 씹어봅니다. 가장 보통의 남자이기에 쉽진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남자가 사랑하는 것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 도린에게 온 주의를 기울였던 앙드레 고르를 그 남자는, 생각합니다. 역시나 당신과 공유했던 《D에게 보낸 편지》.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그 남자가, 사실 감히 고르 할아버지처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말만 앞선다고 당신에게 타박부터 받겠죠. 《늦어도 11월에는》처럼,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도 마찬가지겠지요. 물론 꼭 그것만이, 사랑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 남자, 아마 당신과 함께 사랑 탐구도 같이 하고 싶거든요.


그 남자, 지금 ‘올 타임 연애패배자’(대중음악평론가 김봉현의 표현), 윤종신의 신곡, ‘그대 없이는 못 살아’만 주야장천 듣고 있네요. 허허, 윤종신의 ‘환생’도 시도 때도 없이 흥얼거리더니, 여전히 윤종신입니다. 김봉현 평론가는 “연애 패배단의 두목이자 이별 노래계의 끝판왕이며 모든 남성 찌질이의 대표자”인 윤(종신) 두목을 떠나보내자고 말하네요.


뭐, 그것도 그렇지만, 그 남자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윤종신의 노래만으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을 보고 싶다고. 그대 없이는 못 살아. 그 남자, 솔직히 또 하나의 연애 패배담에 당신을 담아두고 싶진 않습니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당신과 나누고 싶은 그 남자니까요.


이것은 그러니까, 당신을 아프게 한 그 남자가, ‘A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고르 할아버지와 도린 할머니의 이야기가, 경이롭게, 거의 전광석화처럼 시작되었듯, 그 남자와 당신도 어찌 보면 그리 하였음을. 아울러, 사랑이 끝난다고 사랑이 끝난 것이 아님을. 고르 할아버지와 도린 할머니도 그랬으니까요. 당신도 기억할 겁니다.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D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그 남자도, 호숫가 냄새가 밴 당신의 네 번째 손가락을 기억하고 싶답니다. 진짜 폭풍은, 그 여름이 아닌, 당신이었으니까요. 때론 폭풍처럼 격렬하고 때론 거울처럼 투명한,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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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독자와 저자가 만나는 자리에 꼽사리를 끼곤 하는 나는,
누군가의 표현에 따르면, 표정이 확확
다르단다.
좋고 싫음(옳고 그름이 아니다!), 즉 호불호.
그래서일까, 후기의 밀도 역시 갭이 크다.

그건, 당연한 거다.
좋은 걸 어떡해, 싫은 걸 우짜노.
그게 바로 나다. 그렇게 생겨 먹은 거니까.
그렇다고 굳이 나한테 잘 보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고.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 이 자리.
최종규 작가(전은경, 사름벼리)와 '사진책 함께 보기'.
내가 그렇게 좋아서 히죽거렸단다. ^_______^
좋은 티가 표정에서 확확 드러났단다.

역시나 당연, 정말, 좋았으니까.
최종규, 전은경, 사름벼리(두 사람의 딸이다).


최종규, 전은경, 사름벼리가 내게 건네준 이 말.
버스를 타고 가면서 자꾸 되씹었다.
뭉클뭉클, 울먹울먹.

이 사람들,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자리는,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느끼게 한다.
"아,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맞다. 나는 그렇다.
한 줄 책에 실린 글귀에 위안을 받고,
퇴근하는 저녁 길에 머리 위로 떠오른 초승달에 행복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다.

최종규 전은경 사름벼리가 말한 이날의 사진은,
사진에 대한, 책에 대한 고민을,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김훈의 독서론과도 비슷한 맥락.
책을 읽는다는 것, 책 읽기의 무서움.

“나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길을 본 적이 없다. 책 속에는 글자가 있다. 말의 구조물이 있는 거다. 지식은 있으나 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길은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땅 위에 있는 거다. 나와 자식, 친구, 이웃 사이에 길이 있는 거다. 책 속에 길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삶의 길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길은 있으나 마나다. 책 속에 있다는 길을 이 세상의 길로 끌어낼 수 있느냐, 내가 바뀔 수 있느냐가 문제다. 혹시 말을 잘못 알아듣고 김훈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쓰는 사람은, 정말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웃음)”

책을 읽으라는 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김훈은, 다독이냐 정독이냐, 한 달에 일 년에 몇 권을 읽느냐는 별 의미가 없단다.

책을 읽는다는 그 자체보다,
그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서 자신을 어떻게 개조시키느냐의 문제.
책에 의해 자기 생각이 바뀌거나 개조될 수 없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

책은, 세상을 아는 여러 가지 수단 중의 하나지만,
책 속에 길은 없다! 길은 세상에 있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세상에.

고로, 책을 읽으면,
책 속에 있다는 그 길을 세상의 길과 연결시켜서,
책 속의 길을 세상의 길로 뻗어 나오게끔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

아,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사람(들)을 만났을 때처럼.

(연애에서도, 그런 연애가 최강임을 경험으로 알지만,
연애가 마냥 어디 그런가. 그냥 훅~ 빠지니까, 그게 연애지. ㅋㅋ)

쨌든 결론은, 버킹검이 아니라,
고맙습니다. 최종규 전은경 사름벼리!

p.s... 아임 헝그리.
난 여전히
좋은 사람 만나는데 배고프다.
내 악행의 자서전을 지울 수야 없지만, 집필 속도를 늦춰야지.

좋은 당신, 아직 만나지 못한 당신을, 보고 싶고,
나도 그 언젠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음 좋겠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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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최근의 내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들 때문이다.

최근에 읽은 두 권의 책.
호스피스 스님과 수녀님들의 이야기, 《이 순간》《죽이는 수녀들 이야기》.

올해도 빠지지 않고 돌아왔다. 5년째, 내 심장을 울린다.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그리고, 어쩔 수 없이 6월이다.
11년 전부터 내게 굳이 의미를 부여하던 6월.


그렇게, 그 모든 것이 모인 것이 이 노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만날만날 듣는다. 흥얼거린다.
승환 형이 휴먼다큐 <사랑> 중 '너는 내 운명'을 보고 만들었다는 이 노래.

승환이 형, 최근 10집이 나온 마당인데, 자꾸 이 노래만 듣게 된다.
어쩔 수 없다. 운명이다.


그때까지 다른 이 사랑하지 마요. 안 돼요. 안 돼요.
그대는 나에게 끝없는 이야기. 간절한 그리움.
행복한 거짓말, 은밀한 그 약속. 그 약속을 지켜줄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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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쩜 좋니...

오늘(6월6일)부터 일요일 밤이 행복해진다.
이렇게 불쑥 찾아올 줄은 몰랐다. 완전 행복하다.

시즌6이다. 그레이 아나토미.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시즌6이 지상파에서 방송된다!


시즌5 막방, 이지의 혼수상태도 그랬지만,
급작스레 입대한 조지의 충격적인 사고가 얼마나 날 놀래켰는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두근반 세근반...


오늘, 그들에 대한 소식부터 듣고 시작하자!
그나저나 이제 일요일 밤은 일찍 잠자리에 들기 글렀다.
보고 나서 밀려올 아쉬움과 일주일의 기다림은 또 얼마나 날 애타게 할까.

그래도 난 매주 일요일 밤 12시25분을 기다리겠지.
아, 행복해~~~

야큐 없는 월요일 방송해줬으면 더욱 좋으련만...^^;

사랑해요, 그.레.이! 우유빛깔, 닥.터.몽!

의사들의 세계가 나를 붙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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